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손꼽히는 명문 공립학교에 다니는 한인 여학생이 유수의 미국 주립대를 뒤로 한채 카이스트(KAIST) 진학을 선택해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최고의 명문 학교인 몬타비스타 고교 3학년인 정예슬(18)양은 우수한 성적 덕분에 최근 명문 캘리포니아 주립대(UC)에 입학 허가를 받은 데 이어 평소 다니고 싶어했던 카이스트에도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다.

2일 실리콘밸리 한인 자원봉사 조직인 `한미봉사회' 등에 따르면 아버지를 따라 브라질과 미국 등지에서 5년여간 학교를 다닌 정양은 "외국 생활 속에서도 뚜렷한 목적 의식을 갖고 일하고 싶어 카이스트를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양은 실리콘밸리 지역의 한미봉사회 `청소년 리더십 프로그램' 창립을 주도, 청소년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학업과 더불어 현지 봉사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라 카운티 민주당 부의장이자 한미봉사회 이사장인 제임스 김(46)씨는 "정양은 한인 사회에 대한 애착과 자부감이 강하고 어린 나이에도 타인을 도와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어 한인 차세대 지도자의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고 평가했다.

미국내 한인 차세대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김씨는 "어린 시절부터 삶의 목표를 찾은 청소년들이 성공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예슬양의 경우 현재의 청소년 프로그램을 창설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며 책임감이 강한 학생"이라고 말했다.

미국내 고교를 다닌 학생으로선 매우 이례적으로 카이스트에 합격한 정양은 지난 1일 실리콘밸리 한미봉사회 사무실 본관에서 청소년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동료ㆍ후배들과 축하 파티를 가졌다.

정양은 축하 파티에서 "뚜렷한 목적을 가지면 미래를 좌우하는 대학의 선택에서도 길이 열린다"며 후배들을 격려했고 후배들은 "자신의 꿈을 실현해 가는 예슬 선배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화답했다.

정양의 아버지인 정승택씨는 "브라질과 미국 등지로 근무지를 옮겨다니면서 예슬이가 외국 생활을 하게 됐는데 평소 한국의 명문대에 진학하고 싶은 희망이 컸던 것 같다"며 "예슬이가 희망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현재 삼성전자 실리콘밸리 법인에 재직중이다.

카이스트에선 미국 학제를 적용받을 수 있어 정양은 가을 학기부터 카이스트에 입학, 공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양은 "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카이스트에 가서 대체 에너지 개발과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에 대한 공부를 맘껏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