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뉴질랜드를 배낭여행 중이던 한국인 대학생 김재현씨(당시 25세)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범인이 뉴질랜드 법원에 형량을 줄여줄 것을 요구, 법원의 결정이 주목되고 있다.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김씨를 살해한 백인 우월주의자 헤이든 브렌트 매켄지(31)의 변호사 그렉 킹은 30일 열린 항소심에서 유죄를 일찍 인정한 살인범들은 사회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점을 인정해 형량을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켄지는 지난 2003년 뉴질랜드 남섬 서북부 지역에서 혼자 배낭여행 중이던 김씨를 다른 공범들과 함께 살해한 혐의로 지난해 가석방 금지기간을 21년으로 규정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는 그때 이미 제임스 밤브러라는 동성애자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2004년 체포돼 4년간 복역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5년은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매켄지의 살인은 모두 증오범죄로, 김씨는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밤브러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살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킹 변호사는 이날 심리에서 매켄지가 유죄를 일찍 인정하고 경찰수사에 협조한 만큼 김씨 살해사건에 대한 형량의 가석방 금지기간을 17년으로 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도 2건의 살인사건으로 복역하는 기간이 최소한 21년은 된다고 말했다.

그는 거의 모든 범죄에서 유죄를 인정하면 30% 정도의 형량감축 혜택을 받게 된다면서 하지만 살인의 경우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사회에 많은 비용을 부담시키는 재판을 유죄인정으로 수월하게 만들어준다고 해도 15% 정도의 감형이면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켄지에 대한 형량을 감축함으로써 다른 범인들에게도 유죄 인정을 고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애너벨 마크햄 검사는 매켄지가 이미 유죄 인정으로 3년의 형량감축 혜택을 받았다면서 뉴질랜드에서 몇년에 걸쳐 두차례에 걸친 증오범죄로 사람을 살해한 것은 매켄지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판결을 유보했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