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8세 소녀가 42살 연상의 남편과 각고 끝에 이혼했다. AP통신을 통해 1일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의 여론은 들끓었다. 미국 정부는 무슬림 국가의 유아 결혼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인권 침해라고 규정했다.

이 소녀는 지난해 8월 아버지로부터 결혼을 강요받았다. 상대는 50살 중년 남성이었다. 아버지는 대가로 약 1만3000달러를 받았다. 소녀의 어머니는 사우디 중앙법원에 이혼을 승낙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법원은 “소녀가 스스로 이혼을 요청할 수 있는 ‘적정연령’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혼'을 담당한 압둘라 알 제텔리 변호사는 “이 소녀가 결국 법원 밖 합의를 통해 이혼을 허가받았다”고 밝혔다. 정확한 이혼일자는 미정이다. 소녀의 남편이 합의금을 받았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압둘라 변호사는 “남편이 결혼 당시 소녀의 아버지에게 5만 리알(약 1만3350달러)을 선물 명목으로 주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결혼 연령제한이 법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여성 측의 승낙이 필요하지만 상당수 담당 조사관들은 이를 어물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 사우디의 인권단체들은 결혼을 위한 최저 연령을 법률로 정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사우디의 한 인권단체 회원은 “이 소녀의 사례가 결혼 허가 연령을 18세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몇몇 아버지들은 자신의 딸을 장사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은 최근에도 여러 차례 벌어졌다. 현지 언론은 젊은 소녀들이 늙은 남자와의 결혼을 강요받는 경우를 연달아 보도했다. 이 중에는 한 사형수가 자신의 15세 딸을 감방 동료에게 팔아넘긴 일도 있다.

이에 정부도 결혼 최저연령을 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우디의 새 법무장관은 이달 “정부는 법적 규제방안 마련을 포함해 결혼 최저연령 규정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매년 사우디에서 얼마나 많은 소녀들이 결혼을 강요받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지 인권단체는 “돈이나 값비싼 선물의 대가로 팔려가는 경우 외에도, 부모들이 유아인 자녀들을 친족에게 보내 결혼시킬 것을 약속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이러한 결혼이 자녀들을 부적절한 관계로부터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 오래된 관습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적인 무슬림들은 결혼 연령제한에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1월 한 지역의 최고원로는 “10살 어린이를 결혼시키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그들을 너무 어리게 보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