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중국을 찾은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원자바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가벼운 설전을 벌였다. 중국 정부가 도입키로 한 외국기업의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한 '소스코드' 강제 공개제도가 주제였다.

화기애애해야 할 정상회담에서까지 아소 총리가 이 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건 외국 기업들의 기술유출 우려가 그만큼 컸음을 반증한다. 이날 원 총리는 이 제도를 1년 뒤인 내년 5월 시행하고 대상도 정부조달 품목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정보 보안 강화가 제도 도입 배경인 만큼 정부조달 시장에 제한을 두는 건 문제가 없다는 논리였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중순에도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물품에 외국산이 쓰일 경우 심사를 엄격히 하고,중국 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모두 중국산으로 할 것을 전국 공공기관에 지시했었다.

이렇듯 조달시장에 담을 쌓는 중국이지만 정작 외국에는 장벽을 허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2009 무역 · 투자환경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신제품 인증(NEP)을 통해 한국산에 유리한 혜택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경기부양법안에 있는 '바이 아메리칸' 조항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정부조달과 관련해선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협정(GPA)이 있다. 외국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투명하게 하자는 게 이 협정의 목적이다. 중국 정부는 이 협정에 가입하겠다는 뜻을 밝히진 않으면서 보호주의 피해자라고만 주장한다. 주중미국상공회의소가 최근 백서를 통해 중국에 GPA 가입을 촉구한 것은 이 같은 중국의 '이중잣대'에 대한 일침이다.

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에서도 이중잣대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에서 우량예 등 중국 유명상표를 먼저 등록하는 식으로 도용하고 있다며 지재권 보호를 요구한 것이 어색하게 들리는 건 중국이 짝퉁 왕국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수년 전 중국에서 짝퉁 '마티즈'로 대박을 터뜨린 국영기업을 중국 정부가 옹호하며 내세운 이유는 GM대우가 현지에서 먼저 특허등록을 하지 않아 권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중국이 남의 눈의 티는 보면서 자기 눈의 들보를 보지는 못하는지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