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 100일 선물이냐" 논란
근 100년간 당적변경 13회 불과


한국 정치에서 국회의원의 당적 변경은 워낙 빈번하게 이뤄지는 탓에 큰 뉴스가 되지 않지만 미국 연방 상원에서는 당의 말을 갈아타는 것이 메가톤급 뉴스로 취급된다.

100명이 정원인 미 상원은 민주.공화 양당의 의석분포가 엇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정 의원의 당적 이탈은 상원내 힘의 균형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는 의미에서 매우 민감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
상원의원을 일반 유권자들의 직접 선거방식으로 뽑는 제도가 도입된 1913년 이후 지금까지 현역 상원의원의 당적 변경사례는 13차례에 불과하다고 CNN은 보도했다.

28일 미 공화당의 알렌 스펙터 상원의원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김으로써 민주당은 의석수를 59석으로 늘려 꿈에 그리던 `슈퍼 60석'을 바라보게 됐다.

현재 소송이 진행중인 미네소타주의 상원의원 선거 결과가 민주당의 승리로 귀결된다면 민주당은 60석을 확보, 공화당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 전략에 구애받지 않고 자력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확보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스펙터 의원을 끌어오기 위해 과거 상원에서 오랜 동료였던 조 바이든 부통령은 물론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다는 후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부양법안을 비롯해 그동안 주요 법안의 의회 심의과정에서 초당적 협력을 기대했지만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면서 현실정치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이 때문에 스펙터 의원의 민주당 합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취임 100일 기념으로 받은 최고의 선물이라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외견상으로는 `필마단기'격이기는 하지만 상원의원 1명의 당적 변경 혹은 당적 이탈이 정당간 역학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의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제임스 제퍼즈(버몬트)상원의원이 공화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변신하면서 상원의 다수당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한순간에 바뀌어 버렸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지나친 우경화를 성토하면서 공화당을 박차고 나와 무소속으로 잔류한 제퍼즈 의원은 주요 의안에 대해 민주당 진영에 가담해 표결에 참가했다.

2000년 선거 결과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상원의석을 50대 50으로 양분함으로써 상원 의장을 겸하는 부통령이 결정권(캐스팅보트)을 행사토록하는 규정에 따라 따라 공화당이 여당 역할을 해왔지만 제퍼즈 의원의 탈당으로 불과 1년만에 공화당이 야당으로 전락하고 민주당에 주도권이 넘어간 것이다.

1999년에는 공화당의 봅 스미스(뉴햄프셔) 의원이 대선후보로 출마를 선언했다가 당내 지지가 미약하자 탈당, 납세자당이라는 군소정당의 후보 지명을 모색하다가 결국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공화당으로 복귀했다.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까지 지낸 조 리버먼(코네티컷) 의원은 2006년 8월 당내 예비선거에서 패하자 무소속 출마를 강행, 당선된 후 지금까지 계속 무소속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대선때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를 지지, 민주당의 눈밖에 났지만 상원의 표결에는 민주당 노선을 따르고 있다.

1995년에는 벤 나이트호스 캠벨(콜로라도) 의원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1994년 빌 클린턴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에 있던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의 주도권을 장악하자 곧 바로 민주당을 탈당, 공화당으로 옮겨간 경우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