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말 이후 바닥론이 제기됐던 우리 경제의 실상을 알 수 있는 두 가지 보고서가 발표됐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발표 이후 우리 경제 실상이 더 명확해졌다기보다 더 혼란스러워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다.

관심을 모았던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우리 경제전망을 보면 올해 성장률은 지난 1월 전망 때처럼 -4.0%가 그대로 유지됐으나 내년 성장률이 4.2%에서 1.5%로 하향 수정됐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처럼 수출 감소에 따라 성장률이 급락하는 이른바 '싱가포르 쇼크' 가능성이 우려돼 내년 성장률을 대폭 하향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IMF 측의 설명이다.

곧이어 발표된 한국은행의 1분기 성장률을 보면 전분기 대비로는 지난해 4분기 -5.1%에서 올 1분기에는 0.1%로 미약하나마 회복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전년 동기비로는 -3.4%에서 -4.3%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1분기 성장률을 놓고 우리 경기가 나아졌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침체가 계속된다는 의견도 있는 것은 이 이유에서다.

한 나라의 경기를 파악하는 데는 직전 분기(월)를 대비하는 방식 및 1년 전과 비교하는 전년 동기(월)비 방식이 있다. 최근처럼 환경이 급변하고 같은 상황이라도 1년 전의 모습에 따라 통계치가 달라지는 '기저 효과(base effect)'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주로 전기비 방식을 활용하고 전년 동기비 방식은 보조 지표로 참고한다.

전기비 방식으로 볼 때 1분기 우리 경기는 나아지고 있거나 최소한 하락세는 멈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향후 지속 가능성에 있어서는 의문이 든다. 1분기 성장률의 총수요 항목별 기여도를 보면 정부 소비 0.4%포인트,건설투자 1%포인트,순 수출 2.8%포인트로 자생적인 요인보다는 주로 인위적인 경기부양책과 환율상승의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의 앞날을 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지난 1월 IMF전망 때만 하더라도 'V'자형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으나 두 보고서 발표 이후 대부분 'U'자형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시각으로 바뀌었다. 일부 비관론자들 사이에선 침체 국면이 멈췄다 하더라도 이 상황이 오래갈 것이라는 'L'자형과 일본처럼 장기침체를 예고하는 'W'자형 시각도 있다.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우리 기업인을 중심으로 유명 브랜드를 딴 '나이키 커브론'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술적으로 정의된 용어는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개념 파악은 어려우나 전례가 없었던 글로벌 금융위기로 단기간에 급속히 깊게 침체됐던 경기가 이후 회복 국면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오랜 기간에 걸쳐 완만하게 나아질 것이라는 시각을 의미한다.

흔히 주가는 경제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고 한다. 각각의 경기회복형에 따라 예상되는 증시의 모습을 보면 'V'자형 회복은 기대만큼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 최근처럼 돈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단기간에 경기가 빨리 회복될 경우 곧바로 인플레 등의 부작용이 우려돼 정책 운영이 '긴축기조'로 선회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경기가 'L'자형과 'W'자형으로 간다면 증시침체 국면은 오래간다.

증시 입장에서는 경기가 'V'자형보다 'U'자형으로 회복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개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다양한 'U'자형 회복이라도 회복 기간이 상당 기간 지속되는 '나이키 커브론'이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와 개인의 건전한 재테크 수단'이라는 증시 본연의 기능을 살리는 데는 가장 이상적인 경기회복형이 될 수 있다.

그런 만큼 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이 분분한 현 우리 경기 상황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긴 호흡을 갖고 적립식 펀드 등에 가입할 경우 의외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현 시점에서 경제주체들이 해야 할 일은 이제 싹이 돋기 시작한 '그린 슛(green shoot)' 현상이 풍성한 결실을 맺는 '골든 골(golden goal)'로 연결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자세로 그 싹을 잘 길러나가는 일이라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