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스럽게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집착하는 중국인들을 위해 중국 당국이 인터넷상에서 원하는 차량번호를 고를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 차량번호 선택제'를 도입했다.

23일 심양일보에 따르면 랴오닝(遼寧)성은 이달 26일부터 선양(瀋陽)과 푸신(阜新) 등 2개 시를 대상으로 인터넷 차량번호 선택제를 도입, 시범 운영한 뒤 내달 9일 성내 전 지역으로 확대키로 했다.

인터넷 차량번호 선택제는 새로 구매한 소형 차량에만 적용되며 선양에서는 5만개, 푸신 등 중소도시에서는 2만개의 차량번호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차량번호를 고를 수 있다.

랴오닝성 교통관리 정보사이트를 방문해 번호를 선택해 미등록 번호면 자신의 차량번호로 삼을 수 있으며 하루에 3번까지 원하는 번호를 찾을 수 있다.

이 제도의 숫자에 의미 부여하기를 좋아하고 이 때문에 돈을 들여서라도 특정 번호를 갖고 싶어하는 중국인들의 문화가 반영된 것이다.

좋아하는 숫자와 싫어하는 숫자가 워낙 극명하게 갈리다 보니 차량번호 부여를 둘러싼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아예 차량 소유주들에게 선택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옛날부터 숫자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했다.

'돈을 번다'는 의미의 '파차이(發財)'의 '파'와 발음이 비슷하다고 해서 8자를 좋아하고 노장사상에서 유래돼 가장 완벽한 숫자로 꼽히는 3과 '순조롭게 풀린다'는 '류(流)'와 같은 발음의 6도 선호한다.

'오래도록 돈을 번다'는 의미의 '주파(久發)'와 발음이 유사한 98이나 '나는 돈을 번다'는 뜻의 '워파(我發)'와 발음이 근접한 58도 좋아한다.

반면 죽을 사(死)와 발음이 비슷한 4는 한국인들처럼 역시 싫어하고 악(惡)과 중국어 발음이 비슷한 5는 기피 대상이며 한국인들이 행운의 숫자로 여기는 7도 '화를 낸다'는 '성치(生氣)'의 '치'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반기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3과 8, 6이 중복되는 전화번호나 차량번호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차량번호 선택 기회가 확대되더라도 좋은 숫자가 3-4개씩 겹치는 차량번호는 일반인들의 차지가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p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