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가장 일가족 살해후 자살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에서 최근 잇따라 경제불황에 따른 충격을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가족을 살해한 뒤 자살하는 참극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경기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곳으로 알려진 워싱턴 D.C. 인근 지역인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주에서 1주일 사이에 2건의 자살 사건이 발생해 6명이 숨졌다.

22일 오전에는 미국의 국책 모기지 업체인 프레디맥의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 데이비드 켈러만(41)이 버지니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강도와 같은 범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켈러만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프레디맥에서 16년 넘게 일해 온 캘러만은 수석 부사장까지 올라 지난해 9월 파산상태에 처한 프레디맥의 경영권을 정부가 인수하면서부터 CFO 직무대행 역할을 해왔다.

현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 등은 프레디맥의 회계 관행에 관해 임원진을 상대로 심사를 진행해왔다.

패니메이와 함께 양대 국책 모기지 업체인 프레디맥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사태로 인해 미국의 금융위기가 초래되면서 막대한 손실을 내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가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 메릴랜드 주 북서부 작은 마을에서 지난 18일 30대 가장인 크리스토퍼 우드가 경제적인 어려움과 이에 따른 불안을 호소한 유서를 남기고 아내와 자녀 3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났다.

우드가 6장짜리 유서에 최소 46만달러의 금융부채를 지고 있고 플로리다에 있는 집도 압류상태라는 사실을 털어났다는 점을 들어 경찰 수사관들은 경제적 어려움이 이번 참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프레드릭 카운티의 보안관인 찰스 젠킨스는 22일 워싱턴 포스트에 "우드 가족들은 플로리다 잭슨빌에 있는 집을 팔 수가 없었고 모기지도 도저히 갚아나갈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은행 기록에서도 우드는 2005년에 플로리다 집을 거의 전적으로 모기지대출에만 의존해 20만8천달러에 샀고 그다음해 두번째로 10만8천달러를 대출받았지만 결국 금융위기로 신용경색이 심화됐던 작년 10월에 주택압류상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폭력사건 전문가들은 아버지와 남편에 의한 일가족 살해사건은 종종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발생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경제불황이 빚은 참극의 하나로 보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