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김대중 전 대통령은 22일 발간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 “북한의 재래식 무기는 한국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성능이 떨어지고, 전차나 비행기도 낡고 연료도 부족해 훈련도 충분히 할 수 없다”며 “그래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통해 ‘너 죽고 나 죽자’는 전술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핵으로 국민을 먹여 살릴 수도 없고, 미국의 핵과 비교하면 정말로 빈약하다”며 “북한은 미국 일본과 국교를 맺어 안전을 보장받고 굶주리는 국민의 생활을 지키려 하고 있다.협상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면 좋겠다.사이가 좋지 않은 상대일수록 만나야 한다”며 “만나면 서로 오해도 풀 수 있고 무언가 열매를 맺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고 강조했다.김 전 대통령은 이어 북한의 6자회담 이탈 등 강경 전략에 대해 “이런 상태가 몇달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북한과 물밑에서 접촉해 모든 문제를 일괄 타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그런 전망이 있으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수출 가능성과 관련,그는 “그것은 쉽지 않다.수출한다면 상당한 징벌을 받을 것”이라며 “돈을 벌고 싶으면 동북아시아 평화에 참가함으로써 미국 등 모든 국가와 국교를 맺어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 등의 지원을 받거나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해 식민지 지배 보상금을 받는 쪽이 더낫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따른 금강산 관광 중단과 개성공단 휴업 상황 등의 문제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이명박 정권의 강경자세에 북한의 불만이 있었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며 “오바마 정권이 북한과 대화하고 6자회담을 재개하면 오히려 이번 로켓 발사가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김 전 대통령은 “일본은 원폭이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를 가장 절실히 경험한 만큼 핵이 없는 세계 실현의 선두에 나서야 한다”며 “일본이 평화헌법을 준수하고 군비 축소를 주장한다면 자신의 안전은 물론 세계 평화에도 기여하고 일본의 과거 이미지를 일신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