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트레이드가 부활하고 있다. 저금리 통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는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라 거의 자취를 감췄지만 최근 시장의 공포가 잦아들고 이머징마켓 증시가 반등하면서 재개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캐리 트레이드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전에는 일본의 엔화 같은 저금리 통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고금리이면서도 안정적인 호주나 뉴질랜드 달러표시 자산 등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최근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은 엔화나 미 달러화를 빌려 리스크가 훨씬 큰 인도네시아 루피아,브라질 헤알,러시아 루블화 등에 베팅하고 있다. 현재 일본이나 미국의 정책금리는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반면 인도네시아 금리는 연 7.5%,러시아 금리는 13%에 달해 금리차에 따른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의 경우 캐리 트레이드 투자가 몰리면서 지난달 이후 달러 대비 가치가 거의 12%나 급등했다.

금융위기 이전 캐리 트레이드 투자가 전성기를 누렸을 땐 얼마나 많이 빌릴 수 있느냐(레버리지)가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열쇠였다. 금융위기 이후 이 같은 레버리지는 위축됐다. 그러나 새로운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이머징마켓 통화는 지난해 경험했듯이 리스크 선호 현상이 갑자기 사라질 경우 폭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