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대담한 제안을 통해 미국민의 기대치를 높여 왔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타협과 신중 모드를 견지하면서 초기 개혁 의지를 포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물론, 워싱턴의 기존 방식을 변화시키겠다는 오바마의 고상한 공약들은 의회에서 의원들의 지역구 문제나 이익단체를 대변하는 로비스트 등 정치의 현실과 충돌할 수밖에 없지만, "기존 워싱턴 정치와의 일전을 불사하겠다고 했던 오바마는 어디있느냐"고 충성스런 민주당원들이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 관리로 일했고, 현재 어반 인스티튜트의 경제학자로 재직중인 레오너드 버먼은 "내가 우려하는 것은 오바마가 듣기 좋은 연설만 하고, 추종적 태도를 보이길 좋아하고,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라면서 "그가 싸우려는 의지가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임후 그의 초기 의회 대처 과정을 돌이켜 보면 오바마는 난투극보다는 궁극적으로 실용주의를 선택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고 NYT는 주장했다.

오바마는 농가 보조금을 연간 10억달러까지 삭감하고, 민간 보험업자들이 참전용사들의 건강 보험료를 인상토록 하는 내용의 제안을 민주당의 반발 등으로 없던 것으로 하거나, 양보하면서 후퇴했다는 것이다.

16일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04년 시효가 만료된 공격용 총기 판매 금지를 갱신하기 위해 의회에서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NYT는 "이는 정치적 편의주의 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 하겠다는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후 그가 채택한 실용주의적 접근의 가장 최근의 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최측근 인사들은 그가 대결을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면서, 비판론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의 최대 이익단체이자 민주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노조와의 싸움을 불사했을 뿐 아니라, 경제적 문제들에 신속하게 대처해 왔던 그의 성과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용주의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오바마가 약속하고 실행해 온 것은 전임자들의 비타협적 스타일을 파괴하는 것이었다"며 "실용주의는 그가 순수하게 약속을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바마의 측근들은 "지금까지 예산 등에서 소소한 양보를 해 온 것은 앞두고 있는 더 큰 싸움을 위한 것일 뿐"이라며, 오바마의 개혁의지가 퇴색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