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쿠바와 '새로운 시작' 준비"

남북 아메리카 대륙 국가들이 참여하는 미주기구(OAS) 회원국 제5차 정상회담이 17일 저녁 카리브해의 트리니다드.토바고의 포트오브스페인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34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3일간의 일정으로 개막됐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당초 에너지와 환경, 공공 안전 문제가 주로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에 대한 유화적 발언들을 잇따라 쏟아내면서 미국과 쿠바가 냉전 시대부터 이어진 대립을 거둘 수 있을지가 최고 관심사로 떠올랐다.

쿠바는 미국과의 국교가 단절된 이후인 1962년 OAS에서 축출됐는데, OAS에서는 최근 쿠바를 재가입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변화가 쉽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은 변해 왔다"며 "미국은 과거의 실수와 그 실수가 발생된 곳을 인정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47년간 지속된 대 쿠바 무역 금지조치가 해제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이번 회담에서 단연 주목을 받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개막식에서 악수를 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페인어로, 차베스 대통령은 영어로 인사말을 건넸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과 차베스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차베스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얹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악수를 청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양국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고 밝혔으며 "8년 전 이 손으로 부시와 악수를 했다"고 말했다고 베네수엘라측이 전했다.

이에 앞서 멕시코 방문을 마치고 포트오브스페인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반세기 동안 계속된 쿠바와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새로운 시작"을 목표로 쿠바의 특별한 제의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분명히 말해 두지만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

미국-쿠바 양국 관계가 새로운 방향으로 진전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인권, 자유언론, 민주개혁, 이민문제, 경제문제 등 광범위한 이슈들을 양국 정부가 논의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라고 당국에 지시했다"고 밝히고 쿠바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니카라과, 온두라스 등 좌파정부 대통령들은 17일 정상회담 참석차 출발하기에 앞서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OAS가 마련한 선언문 내용 가운데 몇 가지가 "충분하지 않고, 수용할 수 없어" 선언문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차베스 대통령은 선언문을 낭독하면서 "회원국들이 전체적으로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와 고립정책을 비난하고 있는데도 이 부분을 선언문 초안에 반영하지 않는 등 쿠바를 부당하게 배제했다"고 규탄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