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냉각기..국면전환에 시간걸릴 것"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둘러싸고 국제사회와 북한 간에 날선 공방이 오가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진행하고 있음이 확인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반도 상황 반전의 계기를 찾기 위해서는 결국 미국이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접촉이 본격적인 북미대화로 이어질 것인지가 관심의 핵이다.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서 활동해 온 미 검증요원 4명에 대한 추방조치와 관련, "우리는 북한과 대화(conversations)를 가졌으며 우리의 입장(views) 을 북한에 전달했다"고 밝혀 북미접촉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더 나아가 "뉴욕 채널을 통해 미국과 북한이 논의 중"이라며 "(핵시설 불능화) 감시요원의 추방에 관한 내용 외에 많은 현안을 다루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해 북.미 접촉에서 다양한 의제가 논의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의 로켓 발사 직전인 지난 3일 회견에서 "로켓 발사에 따른 소란이 진정되면 6자회담을 재개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방북의지를 재확인한 것과 연계해 북.미 고위급접촉 문제가 협의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우드 부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보즈워스 대표가 이번 사안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깊이 관여돼 있다"면서 "클린턴 국무장관 및 다른 관계자들과 관련된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한 것이 이런 추측에 힘을 싣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화재개를 관측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주류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7일 "북.미가 대화하고 있다는 것은 뉴욕채널을 통해 영변에 머물고 있는 미국관리의 귀환문제 등 기술적인 수준의 협의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보즈워스 대표가 북한은 물론 한국이나 중국, 일본 등 해외를 여행할 계획도 없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다른 당국자는 "지금은 아직 유엔 제재위원회에서 대북제재 리스트도 만들지않는 등 국제사회와 북한이 치고받는 대결국면"이라며 "반전의 계기를 찾으려면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드 부대변인 역시 브리핑에서 북한의 추방 결정에 대해 "우리는 그 대가가 무엇이 될지 지켜봐야만 하겠지만 그들(북한)은 국제사회의 뜻을 거부한 데 따른 대가를 치러야만 될 것"이라면서 "북한에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지우기 위해 우리는 안보리 참가국과 다른 국가들과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북.미간 본격 대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임을 짐작케했다.

미국이 2006년 핵실험 이후의 상황을 거울삼아 이번에는 서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부시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한 직후 북한과 양자협의를 가졌고 곧이어 6자회담을 재개하는 등 북한의 도발에 즉각 반응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 비핵화에 진정한 진전을 가져오지는 못했다는 점을 오바마 정부가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오바마 정부는 부시 때의 실패를 곱씹으며 북한에 끌려가듯 급하게 협상에 나서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냉각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