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가 대학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

아시아태평양국제교육협회(APAIE) 4차회의가 열린 16일 베이징 런민대 세기관 N303호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50여명의 총장 · 부총장들이 한 데 모여 글로벌 경제위기가 대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경제위기가 학생들이 일자리를 얻기 힘들게 만들고,재정 운영에도 어려움을 초래하지만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 대부분 의견을 같이했다.

스티븐 파커 호주 캔버라대 총장은 경제위기가 대학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있다는 분석을 조목조목 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정부의 자금 지원 감소 △졸업생 취업 감소 △대학의 자산 감소를 3대 위기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그러나 "이번 경제위기로 기업의 사업환경이 변하고 요구되는 리더십도 달라지고 있다"며 "이는 대학들이 새로운 리더십을 발굴하고,새 경제환경에 필요한 기술과 능력을 교육시키는 새로운 수요를 갖게 됐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언론보다 심층적으로 이번 경제위기가 왜 일어났는지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대학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베르나데트 마되프 파리10대학 총장도 "대학의 커리큘럼을 보다 지역사회와 밀착된 것으로 바꾸고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할 때"라며 파커 총장의 시각에 동의했다.

경제위기는 특히 작고 강한 대학,학비가 싼 대학들에 성장 기회가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카를로스 3대학의 알바로 에스크리바노 사에즈 부총장은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진 학생들은 더 오랫동안 공부하려는 경향이 있으며,학비가 싸면서도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대학으로 이동하려는 수요도 많다"고 했다.

정부와의 공조가 강화될 가능성도 예상됐다. 유네스코 아태지역본부의 몰리 리 고등교육부장은 "각국 정부는 지금과 같은 기회에 인재들에게 더 많이 투자해 변화하는 경제에 대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대학들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총장들은 경제위기가 고등교육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대학 간 국제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랍 치 추이 홍콩대 총장은 "대학의 협력은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적은 비용으로 학생들에게 더 풍부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