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 있는 런민대에서 회계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줄리안 미코는 아프리카 기니 출신의 엘리트다.

아시아 · 태평양국제교육협회(APAIE,회장 이두희) 4차회의가 열린 16일 런민대 캠퍼스에서 만난 그는 유창한 중국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중국명 후리안 미커인 그가 중국과 인연을 맺은 건 2000년 런민대 경제학과에 입학하면서.4년간 학부를 마치고 기니로 돌아가 재무부 공무원을 거쳐 엑손모바일 기니법인에서 일하다 지난해 중국으로 다시 왔다.

그는 중국으로 다시 유학온 이유를 중국의 가능성과 중국 정부의 학비지원을 꼽았다. "아프리카 경제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세계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 몰려 있습니다. 그만큼 취업기회도 많고요. 거기에 중국 정부는 장학금까지 제공합니다."

런민대 국제관계학원에 지난해 입학한 루마니아 출신 카멜리아 카카이나와 인력자원 석사과정에 다니는 마다가스카르 출신 나린드라 등 다른 외국인 유학생들도 중국 유학 이유가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확대되는 차이나 커넥션

중국 대학들이 정부와 손잡고 '글로벌 차이나 커넥션'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 인재를 유치해 인도네시아 정계의 버클리 마피아(미국 유학파)처럼 곳곳에 친미 인맥을 형성한 미국 대학들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날 APAIE 연례 총회 개막식에서 만난 하오핑 중국 교육부 부부장(차관)은 "지난해 중국으로 유학온 외국인 학생이 처음으로 20만명(연간 기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은 매년 20% 늘어 중국이 개혁 · 개방을 시작한 후 지난해까지 30년간 123만명이나 된다.

교육부는 중국 유학 전후로 본국에서 장관급 직위를 가진 인력이 30여명,대사급은 2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중국 대학으로 해외 인재들이 몰리는 것은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모델을 선호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선진국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감을 부추기며 이런 추세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와 대학들이 앞다퉈 외국인 유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도 중국을 '세계의 공장'에서 '글로벌 인재공장'으로 바꾸는 배경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장학금을 받고 유학온 외국인 학생은 전년보다 33% 증가한 1만3500명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 편의를 위해 2003년부터 거류증을 해마다 갱신하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도 바꿨다.

◆공자학원으로 중국 유학 유도

중국 정부가 해외에 중국문화와 중국어를 알리는 첨병인 공자학원을 늘려 세우는 것도 중국 대학으로의 유학을 유도하는 인프라가 되고 있다. 이달 초 한국을 찾은 공산당 서열 5위 리창춘 정치국 상무위원은 한라대학 공자학원 개관 기념식에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2004년 서울에 1호 공자학원을 시작으로 해외에 세워지기 시작한 공자학원은 이미 78개 국가 305개에 이른다.

중국 대학들은 와튼스쿨 등 세계적인 경영대학원들과 교과과정을 연계 운영하는 등 국제화 전략을 쓰고 있다. 해외에 분교나 공동학위 과정을 개설한 중국 대학은 런민대 등 24곳에 이른다. 런민대 지린대 등 중국 대학들이 APAIE에 적극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대학 간 네트워크가 차이나 커넥션의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잔타오 지린대 총장은 "지린대생 가운데 매년 1000명이 해외로 유학가고 매년 1000명이 해외에서 오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며 "APAIE를 통해 학생 교류를 더욱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과 윈-윈 전략

세계 인재양성의 산실로 자리매김하려는 중국 대학의 노력은 다국적 기업과의 산학협력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상하이시 정부가 자오퉁대 캠퍼스를 새 연구개발 단지인 쯔주과학원구로 옮긴 뒤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오므론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유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자오퉁대 정문 맞은 편에 있는 오므론 연구소는 교통대 학생들을 연구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베이징 대학 밀집지역인 중관춘에 IBM 등 다국적기업들의 연구소가 몰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MS는 아예 중국연구소와 40여개 중국 대학들이 공동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다롄시가 25억달러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인텔로 하여금 반도체대학을 만들도록 유도한 것이나 한국 조선업체 STX와 연계해 대학에 조선 전문인력을 양성키로 한 것 역시 세계 인재 공장으로 거듭나는 중국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베이징=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