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가라오케 영업시간 연장 및 누드화 전시금지도 논란

노래방 내 댄스 금지 등 최근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일련의 조치에 대해 현지인들과 외국인 거주자들이 현실을 도외시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분'(公憤)을 야기한 대표적인 것은 노래방(가라오케 바)에서의 춤 금지 방안.
문체부는 "가라오케 바는 노래하는 곳이지 춤을 추기 위한 곳이 아니며 춤을 금지하면 마약류인 엑스터시 사용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밤새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일명 '레이브 파티'에서 젊은이들 사이에 엑스터시가 복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사람들은 가라오케 바 안에서 누가 춤을 추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고 뭐가 춤인지를 규정할 수 있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엑스터스 복용자들이 반드시 가라오케 바에만 있는지, 만약 있다면 전문지식을 갖춘 단속반원들이 심야에 수많은 가라오케 바에서 지속적으로 단속을 할 수 있느냐는 반문도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젊은이들의 마약 복용을 단속하기 위해서는 하노이의 '레닌공원'이나 카페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도 나왔다.

'관광수입 증대'를 위해 4성급 호텔 이상 가라오케의 영업시간 연장을 허가하는 방안도 논란이다.

문체부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베트남을 찾는 외국 관광객 수가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수입을 늘이기 위해서는 이들이 즐겨 찾는 4성급 이상 호텔 내 가라오케의 영업시간을 현재 자정에서 새벽 2시로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레 아잉 뚜옌 문체부 법무국장은 "호찌민 시의 경우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가라오케와 나이트클럽의 영업시간을 연장해줄 것을 제시했다"면서 주요 호텔 고객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7%가 가라오케와 나이트클럽 영업시간 연장을 찬성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3성급 이하 호텔 내 가라오케 관계자들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문체부가 관리상의 어려움 등을 들어 4성급 이상 호텔 내 가라오케의 영업시간만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차별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경제여건 악화로 오히려 객실 요금이 싼 호텔을 찾는 외국인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노이 시나 호찌민 시 4성급 가라오케 가운데 일부는 이미 영업시간을 지나 영업하는 곳도 있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예술 상식에 맞지 않고 베트남의 관습에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누드화 전시를 금지한 중부 훼 시 문체국의 조치에 대해서도 현지 미술계에서 "이미 하노이 미술박물관에는 일부 누드화가 전시 중인 데다 해당 지역 미술협회에서도 전시를 허용한 상황에서 이를 금지한 것은 모순적인 처사"라는 반응이 많다.

회사원 A씨는 "문체부가 지난 2006년에도 가라오케 바에서의 주류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며 "발표하는 일련의 조치를 보면 문체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만 발표하는 대표적인 부처라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