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정부청사서 마지막 일전 준비

태국 수도 방콕 일대에 비상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2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하면서 전시상황을 방불케 했던 반정 부 시위사태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단체인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이 이끄는 반정부 시위대 수천명은 시내 주요도로의 길목 20여 곳에서 버스 등으로 차단벽을 쌓고 격렬한 저항을 벌였으나 13일 오후를 고비로 정부청사 주 변 농성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진압됐다.

UDD가 14일 현재 20일째 주변 길목을 봉쇄하고 있는 정 부청사 농성장은 시위대가 마지막 일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진압군도 군용 트럭과 장갑차로 시위대를 에워싼 채 진압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6천명으로 추산되는 UDD 시위대는 주변의 나무를 잘라 길목을 차단하고 농성장 안에는 진압군에 대항하기 위해 돌과 벽돌을 수북하게 쌓아놓았다.

특히 진입로에는 석유를 잔뜩 뿌린 버스 3-4대를 주차해놓고 진압군이 다가오면 언제든지 불을 지를 준비를 갖췄다.

군은 시위대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 승려도 일부 포함되어 있어 인명 피해를 우려해 진압작전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이날 국영 TV로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시위 진압작전이 "거의 완료됐다"면서 "정부청사 주변을 제외하고 소요사태가 대부분 진압됐다"고 말했다.

그는 13일 시위대와 시민 사이에 충돌이 발생해 2명 이 숨지고 9명이 부상한 것과 관련, 유감을 표명하고 정부는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시위대와 협상을 벌이는 등 온건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위대 진압 과정에서 다수가 숨졌으나 정부가 이를 은폐하고 있다는 탁신 전 총리의 주장에 대해 "진압작전에 만족하며 단 한 명의 인명 손실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아피싯 총리는 특히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선거 폭력 가능성을 우려해 당분간은 의회를 해산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회해산-조기총선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는 또 탁신과 협상하는데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해외 도피 중인 탁신은 12일 태국에서 쿠데타가 발발하면 고국으 로 돌아가 시위를 이끌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미국은 태국 반정부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비난하고 방콕을 방문하는 미국인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태국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시위대에 폭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방콕연합뉴스) 전성옥 특파원 sung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