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軍, 반정부 시위대 유혈진압…방콕은 무정부 상태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시위대의 소요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자 태국군이 13일 새벽(현지시간) 강제 진압을 시작했다.

19일째 지속된 탁신주의자들의 시위에도 무력 대응을 자제해 온 정부가 이처럼 강경 대응으로 돌아선 것은 지난 11일 열릴 예정이던 아세안+3(한 · 중 · 일) 정상회의가 시위대의 방해로 물거품이 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시위가 격화될수록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 사퇴와 조기 총선 압력이 높아지는 것도 부담이다.

군과 시위대 간 첫 충돌은 이날 새벽 4시께 태국 북부로 향하는 고속도로 진입로인 딘댕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400여명의 무장 군병력이 300여명의 시위대를 향해 M16 자동소총으로 수백 발의 총탄을 발사하고 최루탄을 던지며 강제 해산 작전을 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독재저항민주주의연합전선(UDD) 소속 시위대는 돌과 최루탄,연막탄은 물론 화염병까지 동원하며 격렬히 저항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시민 다수가 총상을 입어 2명이 사망했다. 시민과 군경 양측에서 최소 97명이 부상당했다.

방콕 시내 20개 도로 곳곳에선 3만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아피싯 총리 퇴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버스로 차단벽을 쌓고 군 · 경과 대치하면서 무력 충돌이 빚어졌다. 산선 카에우캄넌 군 대변인은 "56개 중대를 주요 버스정류장과 기차역에 배치해 시위대를 검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새벽 3시30분 방콕 법원에선 시위대가 던진 소형 폭탄 3개가 터져 경비원 1명이 다리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탁신 전 총리는 전날 밤 화상 전화로 "민주주의 개혁에 나서자"며 시위대를 선동했다. 일부 승려도 정부군을 향해 "(총을) 쏘지 마라,조국을 생각하라"며 시위에 동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국제 신용평가사인 S&P가 현재 BBB+인 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댄 파인맨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는 "태국의 부동산과 주식을 매각하라"고 조언했다. 태국 최대 명절인 송크란 연휴로 태국 증시와 금융시장은 이날부터 15일까지 문을 닫는다.

이날 역외 시장에서 바트화 가치는 전주 말 대비 0.74% 급락한 달러당 35.62바트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계 투자은행인 CIMB 관계자는 "정치 불안과 쿠데타 가능성이 바트화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토모미쓰이은행의 제리 요시코시 이코노미스트는 "아피싯 총리가 사임하더라도 정국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태국 경제가 정치에 발목 잡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태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3%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