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미국 월가의 대형 은행 핵심인력이 정부로부터 연봉 및 보너스 제한을 받지 않는 소규모 투자회사나 사모펀드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월가가 단시일내엔 옛 명성을 회복할 수 없다고 보고 새로운 둥지를 찾아나서는 인재들이 늘고 있다”며 “월가에서 엑소더스 기류가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실제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 한때 선망의 대상이던 대형 은행에서 근무하던 핵심 인재들이 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계 은행을 포함해 신생 투자자문사 등으로 속속 자리를 옮기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대형 은행에서 고급인력을 독차지해온 현상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2007년 가을 이후 24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한 투자회사 브로드포인트의 리 펜스터톡 대표는 “우리에게도 옛 베어스턴스나 리먼브러더스 같은 입지를 다질 기회가 왔다”며 “5년전이라면 꿈도 꾸지 못했겠지만 월가가 소용돌이에 휘말린 지금은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금융위기가 터진뒤 월가가 ‘탐욕의 상징’으로 지탄을 받으면서 대학생들의 취업선호도도 바뀌고 있다.특히 고액 연봉과 사회적 지위로 선망의 대상이 됐던 월가 금융사와 비즈니스 컨설팅 분야는 외면당하고 있다.대신 공공서비스 및 공무원,과학,교육 분야가 유망 직종으로 떠올랐다.공공사업 및 행정연구학회 조사에 따르면 최근들어 정부 및 공공정책 분야 대학원 진학 희망자가 급증했다.경기침체기에도 정부는 계속 고용을 늘릴 것이란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이를 두고 ‘오바마 효과’라는 얘기도 나온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큰 정부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로렌스 캣츠 하버드대 교수는 “예전 같으면 월가에 취업하길 원하던 아이비리그 졸업생들도 다른 곳에 취업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