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여객기 폭파범으로 사형판결을 받았던 김현희(47)씨가 지난달 부산에서 면담을 가진 일본인 납북 피해자 다구치 야에코(田中八重子)씨 가족 앞으로 안부 편지를 전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으로 전달된 이 편지에서 김씨는 지난달 11일 부 산에서 다쿠치의 오빠와 아들과 만난 것에 대해 "생애에서 잊어버릴 수 없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다시 만나 못다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기를 기원했다.

김씨는 다구치씨 가족들이 면담시 선물로 준 일본 가요 CD를 집 에서 들으면서 평양에서의 공작원 교육 당시 일본어 교사였던 다구치씨가 노래를 들려주던 시절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곤 한다고 적었다.

김씨가 다구치씨 가족 앞으로 산케이에 편지를 전달한 것은 면담 전을 포함해 두번째로, 산케이는 이 날짜 신문에 기사와 함께 편지 전문을 소개했다.

산케이에 따르면 김씨는 다구치의 오빠이자 납치피해자가족회 회장인 이즈카 시게오(飯塚繁雄·70)씨로 부터 일본을 방문하도록 초청하겠다는 뜻을 전달받았으며, 본인도 일본 방문에 대해 적극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씨의 일본 방문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한국내 유족들의 감정을 고려한 한국 정부의 허가 여부와는 별개로 일본에서도 법적 문제와 신변의 안전 등 풀어야 할 여러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경우 민간여객기 폭파사건의 실행범으로 사형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일본의 입국관리법상 입국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 때문에 김씨의 방일이 실현되려면 일본 정부의 특별한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