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의 '피자' 자존심을 건드렸다.

시카고 트리뷴과 CBS 2 뉴스 등 현지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시카고의 명물인 시카고식 딥 디쉬(deep dish) 피자를 시카고가 아닌 세인트 루이스의 '파이'라는 식당에서 특별 주문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원형의 반죽에 토마토 소스를 바른 뒤 재료와 치즈를 얹어 구워내는 보통의 피자와 반대순서로 만들어지는 시카고식 딥 디쉬 피자는 깊은 피자팬을 이용해 반죽으로 바닥과 벽을 만든 뒤 치즈를 깔고 그 위에 재료들을 차례로 쌓아나간 다음 토마토 소스를 부어 구워낸다.

두툼한 모양과 입안 가득 퍼지는 묵직한 맛을 자랑하는 시카고식 피자에 대한 시카고의 자존심은 뉴욕의 피자 자존심에 버금간다.

이 때문에 시카고의 유명 딥 디쉬 피자 식당들은 시카고를 찾는 전세계 관광객들이 빠뜨리지 않는 관광코스이기도 하다.

리처드 데일리 시카고 시장도 시카고의 스포츠팀들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때마다 상대팀 시장과의 음식 내기에 이 시카고식 피자를 빠뜨리지 않는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140명의 백악관 손님들에게 대접할 딥 디쉬 피자로 '원조'인 시카고가 아닌 세인트 루이스의 파이 식당의 피자를 선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운동 중이었던 지난해 10월 이 식당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식당의 매니저인 린지 토네토는 "대통령이 우리 피자를 잊지 않고 주문했다는 것이 정말 기쁘다"면서 "대통령은 옥수수 가루를 이용한 우리 식당의 피자 반죽을 좋아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세인트 루이스에서 딥 디쉬 피자를 주문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시카고 지역의 유명 딥 디쉬 피자 식당인 '루 말나티스'의 주인 마크 말나티는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 외교정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의 피자 정책은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시카고 주민들은 "시카고 출신이라고 해서 꼭 시카고에서만 피자를 주문해야한다는 법은 없다", "출신 지역에 대한 편애보다는 다양한 도시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그래도 시카고식 피자를 시카고가 아닌 다른 곳에서 주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시카고연합뉴스) 이경원 통신원 kwchri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