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들이 인도양 해상에서 미국인 선장을 인질로 잡고 표류중인 동료 해적 4명을 지원하기 위해 피랍 선원들을 이용한 인간방패 작전을 구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소말리아 해적의 근거지인 에일에 사는 모하메드 사마우는 10일 해적들이 억류 중인 외국 선박 4척을 이끌고 동료 해적들이 리처드 필립스 머스크 앨라배마호 선장을 인질로 잡고 있는 해역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들 선박에는 중국, 독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필리핀, 투발루, 인도네시아, 대만 국적의 선원 54명이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마우는 선박 4척 중 2척은 8일 오후 에일항을 출항했으며 다른 한척은 해적들의 또다른 근거지인 하라데레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4번째 선박은 지난 6일 피랍된 대만 어선으로, 이 선박은 이미 필립스 선장이 잡혀있는 구명정에서 48㎞ 떨어진 곳까지 접근해 있는 상태라면서 이달 초 납치된 독일 화물선 한사 스타반거호도 이번 해상 작전에 동원됐다고 덧붙였다.

바도우라는 이름의 한 해적은 "미국인 선장을 인질로 잡은 해적들이 지원을 요청했으며, 이미 중무장한 해적들을 독일 화물선을 태워 현장으로 출동시켰다"고 확인했다.

케냐 나이로비의 한 외교관도 "해적들이 지원령을 발동했으며, 소형 보트와 모선이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는 해역을 향해 항해하고 있다"면서 "어제부터 해적들이 집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말리아 해적이 실제로 500㎞ 떨어진 인질극 현장에 도달하는데 성공할 경우 이는 곧 인도양 해상에서 해적과 미 해군 간이 정면 대결하는 상황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 해역에는 이미 베인브리지호, 헤일리버튼호를 비롯한 미 군함과 P-3 오리온 정찰기가 출동해 해적과 필립스 선장이 타고 있는 구명정과 `대치' 중이다.

미 해군은 또 승무원이 1천여명에 달하고 이동 병원과 미사일, 헬기, 전투기가 탑재된 수륙양용 공격선 박서호를 현장으로 이동시키는 등 무력시위에 나섰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권정상 특파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