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말실수 또다시 구설수.. 이재민 격분

잦은 말실수로 유명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2) 이탈리아 총리가 또 다시 몰지각한 말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탈리아 지진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재민들의 기운을 북돋워준다며 집을 잃고 천막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들에게 "주말 캠핑" 왔다고 생각하라고 말해 논란을 빚고 있다고 가디언, 타임스 등 영국 신문들이 8일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독일 N-TV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민들은 의약품과 따뜻한 음식, 잠 잘 곳을 갖고 있으며, 부족할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정부의 구호대책을 자랑하며 "물론 임시 거처지만 주말 캠핑이라고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집을 잃은 한 이재민 여성에게 선크림을 발라야 한다고 농담을 걸기도 했다.

총리는 또 지진 현장을 둘러보던 중 이재민들에게 "해변으로 나가 보라"며 "여기서 버스로 1시간 거리밖에 안되고, 거기에는 정부가 돈을 지급해주는 호텔들을 맘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재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려는 총리의 이 같은 엉뚱한 발언은 지진 사망자 숫자가 250명을 넘어가고, 아직 여진의 공포에 떨고 있는 천막촌의 이재민들을 격분시켰다.

지진이 강타한 후 6일과 7일 기온이 섭씨 4도까지 떨어지고, 세찬 비와 우박이 몰아치는 가운데 천막에서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야 했던 이재민들에게 '캠핑'은 그야말로 얼토당토 않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천막촌의 이재민인 빈센초 브레글리아는 "우리가 모두 주말 캠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 번 맞바꿔 살아보자고 총리에게 제의하겠다"며 "그가 여기서 잠을 자고, 내가 총리가 된다면, 몸이 얼어붙는 추위와 뜨거운 물도 없는 곳에서 밤을 지새는 게 어떤지 총리도 알게 될 것"이라고 분개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기자들에게 "잘못 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관과 부정, 질병과 죽음의 분위기를 원치 않았고, 약간의 낙관주의와 밝은 분위기를 위해 그런 것"이었다고 강변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