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등 인터넷기업 '도둑' 비난
분석가들 "뒤늦었거나 부질없다"

광고 수입 감소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휘청거리고 있는 미국 신문업계가 '도저히 못살겠다'며 구글 같은 인터넷 기업들을 '공적'으로 몰고 나섰다.

인터넷 기업들이 정당한 대가 없이 뉴스 콘텐츠를 이용할 뿐 아니라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뉴스 콘텐츠가 공짜라는 인식을 더 강하게 심고 있다는게 신문업계의 주된 불만이다.

AFP통신과 미국 주요 신문들에 따르면 딘 싱글턴 AP통신 회장은 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신문협회(NAA) 연차총회에서 "다른 사람들이 오도된 법적 이론을 핑계로 우리의 일거리를 가져가고 있다"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싱글턴 회장은 영화 '네트워크'의 대사를 인용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난다(We are mad as hell)"고 말하기도 했다.

NAA 연차총회 이전에 나온 신문업계 주요 인사들의 발언은 더 강경했다.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은 최근 "구글이 우리가 가진 모든 저작권을 훔쳐가도록 놔둬야 하는가"라며 강한 불만을 표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로버트 톰슨 편집국장은 호주 오스트레일리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몇몇 웹사이트를 "인터넷의 뱃속에 사는 첨단 기생충"으로 표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구글의 에릭 슈미트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한 NAA 연차총회장에서 신문업자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지는 않았지만, 회의장 밖에서는 구글에 대해 신문업자들이 갖는 분노의 떨림이 그대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업자들의 불만과 분노가 커지는 배경은 다름 아닌 수익 감소다.

NAA는 신문 지면의 광고 수익이 전년대비 17.7% 감소한 지난해가 '신문업계 최악의 해'였으며, 같은 기간 신문사 웹사이트의 광고 수익도 1.8%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시카고 선 타임스 등 지역 신문들을 운영하던 선 타임스 미디어그룹이 지난달 31일에,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대형 신문사들을 거느렸던 트리뷴 컴퍼니는 지난해 12월 각각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제출하기도 했다.

미디어업계 분석가들은 이 같은 신문업자들의 움직임에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미주리대학 톰 맥페일 교수는 싱글턴 AP 회장의 발언을 거론하며 "다른 신문사와 마찬가지로 AP의 행동은 인터넷의 위험을 인식하기에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신문사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거둘 수 있는 승리가 필요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반면 미디어분야 전문 블로거 피터 카프카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AP가 구글에 주먹을 들이대며 우리 잔디밭에서 나가라고 위협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미디어기업 나이트 리더 그룹에서 21년간 일하다가 콘텐츠 유통업자로 활동하고 있는 켄 닥터 씨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싱글턴 회장이 영화 대사를 인용해 부르짖고 있지만 인터넷 거주민들은 신문업자들의 일천한 현실 감각을 꼬집으며 신문업자들의 무덤 위에서 춤을 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구글 같은 인터넷 기업들이 뉴스 제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지만 신문업계는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신문업계가 콘텐츠 유통에 관한 기준을 만들어서 인터넷 업계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업계가 인터넷 기업들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일부 대형 미디어그룹의 목소리만이 반영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론도 나왔다.

미국의 소규모 미디어기업 파이오니어 뉴스페이퍼스의 마이크 구글리오토 대표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신문업자들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다"며 신문과 인터넷 기업이 "서로를 믿고 함께 일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