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19개 대형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자본충실도 테스트) 결과를 은행들의 어닝시즌이 끝난 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테스트 결과가 주식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로이터통신은 7일 미 재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은행들의 지난 1분기 실적이 모두 발표될 때까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작업은 곧 마무리되지만 결과를 이달 말께 내놓을 계획이라는 것이다. 미 은행들 대부분은 1분기 실적을 오는 24일까지 공개할 예정이다. 재무부가 발표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테스트 결과 발표에 따라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최근 "일부 은행은 정부의 상당한 자금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재무부는 발표 시기와 함께 발표 내용 방식을 놓고도 고민 중이다. 따라서 개별 은행의 테스트 결과를 발표하기보다 요약본을 공개하는 선에서 그칠 수 있다.

재무부는 아울러 은행들이 스스로 분석한 테스트 결과를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공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테스트를 통과할 우량 은행들이 결과를 발표해 버리면 나머지 은행들은 자동적으로 부실은행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재무부는 시장에 이런 혼란을 주지 않을 정도의 내용만 은행들이 발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자산 1000억달러 이상인 19개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 실업률이 10%를 웃돌고,주택가격이 추가로 25% 하락하는 등 악조건의 경제 상황을 상정해 은행들의 자본 충실도와 대출 능력을 평가한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자체 테스트한 19개 은행의 결과와 은행들이 제출한 내부 테스트 내용을 비교해 최종 결과를 확정할 방침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경우 지난 3일 내부 테스트를 완료했다고 경영진은 밝혔다.

테스트 결과 일정 기준을 밑도는 부실은행은 6개월 안에 민간 자본을 유치하거나,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아야 한다. 가이트너 장관은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은행은 최고경영자(CEO)의 교체도 각오해야 한다고 예고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재무부가 은행과 자동차업체에 이어 생명보험사에도 구제금융을 집행키로 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푸르덴셜,하트포드,링컨 등 생보사들은 지난해 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 자금집행 결정을 기다려왔다.

이번 주부터는 또 금융위기 주범으로 지목된 신용부도스와프(CDS) 파생상품이 부도보증에 대한 지급 일정 표준화 등 새로운 거래 규정을 적용받아 거래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