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비, 해상과 지상에서 만반의 요격태세를 갖췄던 일본 미사일방어(MD)망이 침묵했다.

일본 정부는 5일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뒤 MD 시스템에 의한 요격을 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북한의 로켓이 일본 영역에 추락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 요격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0분 북한에서 '비상체(飛翔體)'가 발사된 7분 뒤 1단계 추진체가 아키타(秋田)현 서쪽 280㎞ 떨어진 동해상에, 2단계는 일본 동쪽으로 2천100㎞ 이상 떨어진 태평양상에 낙하된 것으로 추정됐다.

로켓 발사에 따른 추진체나 파편이 일본 영역에 낙하하지 않고 항공기나 선박을 포함한 일본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던 MD망을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그래도 만의 하나 낙하물이 있을 수 있다며 계속 확인을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관련된 보고가 없는 상태다.

일본은 북한의 로켓 발사를 사실상의 장거리탄도미사일인 '대포동 2호'일 것으로 보고 일본쪽 동해상에 함상발사 요격미사일인 SM3를 장착한 이지스함 2척과 로켓을 레이더로 추적하는 또다른 이지스함을 태평양상에 배치했다.

또한 지상에서는 로켓이 상공을 통과하게 될 아키타(秋田), 이와테(岩手)현의 자위대 기지에 지상발사형 요격미사일인 PAC3를 배치하는 한편 도쿄(東京) 도심 방위성 경내 등 수도권에도 PAC3를 배치했었다.

그러나 이날 발사한 로켓은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위해 국제해사기구(IMO)에 사전 통보했던 대기권 밖 궤도를 통과한데다 추진체가 낙하한 곳도 예상됐던 곳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MD망이 손을 쓸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미사일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국민 보호 등의 무리한 이유를 들어 요격에 나섰을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을 역으로 뒤집어쓸 우려를 감안해 요격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권총으로 쏜 탄환을, 권총으로 쏘아 맞히는 정도로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미사일 요격을 했을 경우 성공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일본은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지는 않았지만 그에 못지않은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지난 1998년 일본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에 낙하된 대포동 1호 미사일을 계기로 1조엔(약 15조원) 이상을 들여 구축한 MD망을 처음으로 실전배치해 운영한 것은 일본 자위대로서는 엄청난 훈련 경험을 쌓은 것이다.

또한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해 만든 MD망에 대한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음은 물론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앞으로의 군사적 대비 태세를 한층 강화할 수 있는 명분도 얻었기 때문이다.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