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극심한 경기침체를 타고 태국에서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반정부 시위대의 숫자가 3만여명을 넘어섰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 소속 반정부 시위대는 일주일 넘게 정부청사를 봉쇄하고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요구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방콕 민사법원은 지난달 31일 총리실 등 출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해산명령을 내렸지만 시위대 숫자는 점점 더 늘고 있다.

NYT는 이들이 현 정부 퇴진과 탁신 전 총리의 재집권을 주장하는 이유가 경제난에 따른 사회불안과 군부 독재 탓이라고 지적했다.태국에선 경제난으로 대량해고와 빈곤 등 사회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탁신 전 총리를 몰아내고 2006년 집권한 군부가 민의와 동떨어진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올해 태국 경제 규모가 전년보다 2%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친(親)탁신주의자들의 구성원은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저임금 노동자와 탁신 집권 시절 경제계를 이끌었던 기업 관리자들이 대부분이다.시위대 리더인 나타웃씨는 “왕실의 정치개입과 군부 독재로 태국이 경제난에 빠져있다”며 시위대원들에게 “다음주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을 지시했다.오는 10일 태국 파타야에선 제12차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다.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전 총리는 매일 밤 농성장에 화상 전화로 연설문을 발표하고 붉은색 티셔츠 등 시위용품 구입 비용을 대는 등 시위대를 지원하고 있다.그는 화상 연설에서 “지금의 경제위기를 타개하려면 자격을 갖춘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며 “적합한 인물이 없다면 내가 ‘컴백(come back)’하겠다”며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있다.

수텝 타욱수반 안보담당 수석 부총리는 1일 “정부는 국가의 평화를 위해 탁신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UDD의 핵심 지도자인 자투폰 푸롬판은 “우리의 목적은 정부의 퇴진이며 대화는 너무 늦었다”며 정부의 제안을 거절했다.탁신계 정당인 푸에아타이 소속 의원인 그는 다음주 탁신을 몰아낸 군부쿠데타의 배후인물인 프렘 틴술라논다 추밀원(왕실자문기관) 원장 자택을 봉쇄하고 8일에는 전국에서 대규모 반정부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NYT는 태국이 탁신 전 총리 퇴진 후 3년간 심각한 정치적 불안에 시달렸으며,민주주의를 주장하는 탁신주의자와 이를 반대하는 왕당파의 대립으로 앞으로도 갈등 해결이 요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