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들이 당분간 이라크 유전개발 사업에 참여하기 힘들어졌다. 쿠르드 자치정부와 맺은 계약이 이라크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이라크 정부는 2일 “한국석유공사와 SK에너지를 유전개발 사업 입찰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중앙정부의 승인 없이 쿠르드 자치정부와 유전개발 계약을 체결한 것이 빌미가 됐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이라크 18개 주 가운데 3개 주를 실질적으로 관할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분리된 독립국가를 세운다는 목표 아래 그동안 외국기업들과 독자적인 유전개발 계약을 맺어 왔다.

석유공사와 SK에너지도 작년 6월 72억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쿠르드자치주 내 8개 광구에 대한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라크 중앙정부의 관할 아래 있는 유전들은 이미 세계 메이저 석유 기업들이 선점한 탓에 한국으로서는 쿠르드 지역의 유전 개발에 눈독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유전개발을 둘러싼 이라크 정부와 한국간 갈등은 예전에도 수 차례 반복됐다. 2007년 11월에는 석유공사를 주축으로 한 한국 컨소시엄이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와 유전개발 계약을 체결하자 이라크 정부는 한국에 원유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작년 1월에는 SK에너지에 원유 수출을 실제 중단하기도 했다. 이라크 원유를 수입하고 싶으면 쿠르드 자치정부와의 계약을 파기하라고 독촉했다.

지난 2월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이 방한, 양국간 경제협력 강화를 다짐하면서 유전개발 사업 참여에도 청신호가 켜지는 분위기였지만 이번 사태로 양국간 갈등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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