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뒤,신용위기로 금융사가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습니다.은행을 포함한 금융주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받았는데요.연방정부는 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대형은행의 뱅크런을 막기 위해 7000억 달러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를 마련,360여개 은행에 자본을 투입했습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자산을 담보로 저리의 자금을 원하는 만큼 빌려줬습니다.급한 불은 껐지만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자산때문에 대출을 꺼리는 현상이 빚어지자 이번에는 민관투자 펀드(PPIF)를 조성해 은행 부실자산을 매입해주기로 했습니다.

이 펀드가 더 많은 부실 여신을 매입할 수 있도록 펀드 자본금의 6배까지 보증을 제공하는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부실 자산을 매각하는 은행에 펀드의 지분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나중에 부실 자산을 처분해 이익이 생기면 이를 공유하겠다는 취지인데요.이렇게 되면 부실 자산 매각 작업이 좀 더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시가 평가 기준 완화도 은행에는 상당한 호재입니다.미 금융회계기준위원회(FASB)는 2일 이사회를 열어 ‘시가평가 기준 완화 방안’을 최종 확정했습니다.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2분기부터 회계장부의 자산평가를 유통성있게 할 수 있게 됐습니다.시장 평가 기준이 완화되면 상업용 모기지 자산 등을 많이 보유한 씨티그룹 등은 부실자산 상각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투자자들이 금융주를 밝게 보는 더 큰 이유는 역시 경기 및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경기가 살아나고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 금융사는 부실이 줄게 되고 영업이 활성화돼 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2월 신규주택·기존주택·잠정주택 판매가 전달에 비해 일제히 증가했고 주택착공도 예상보다 크게 늘었습니다.공급자관리협회(ISM)의 제조업지수도 작년 12월 저점을 통과한 뒤,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습니다.이날 발표된 2월 공장 주문도 1.8% 증가해 7개월만에 반등세로 돌아섰습니다.3월 자동차 판매도 전년 같은 달에 비해선 37% 감소했지만 전달에 비해선 25% 증가했습니다.


경기 후행 실업률은 연말까지 높아질 듯

하지만 실업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2일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지난주(3월 2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의 65만7000건에서 66만9000건으로 1만2000건 증가했습니다.10주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며 26년만에 최고 건수를 기록했는데요.전날 미국의 민간 고용분석기관인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에 따르면 3월 민간 부문 고용규모는 74만2000명 감소해 2001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시간으로 3일 노동부가 3월 실업률을 발표하는데요,시장에서는 2월 8.1%를 기록했던 실업률이 3월에는 8.5%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업자가 증가하면 소비가 위축돼 경기가 회복세를 타기 어려워집니다.전문가들은 실업률은 경기에 후행하는 성격이 강한 만큼 연말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주택압류 증가 및 주택가격 하락세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인데요.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전날 발표한 20대 도시의 1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19.0% 하락해 사상 최대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국책 모기지회사인 프레디맥 발표에 따르면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금리가 연 4.78%로 떨어졌습니다.모기지 금리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주택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월가 투자자들은 이같은 경기 회복 걸림돌들이 더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경기 회복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입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