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김현희-다구치가족 면담' 감사에 "인도적 문제 도와야"

이명박 대통령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의 1일 런던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호텔에서 열린 이번 정상회담은 애초 오전 10시(현지시각)부터 30분간 열릴 예정이었으나 대화가 길어지면서 10분가량 늦게 끝났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회담 장소인 호텔내 타워스위트룸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도착하는 아소 총리를 반갑게 껴안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회담시작에 앞서 "오늘 아침에 아주 반가운 분을 만났다"며 친밀감을 거듭 나타냈고, 아소 총리는 "이 대통령과 6개월 동안 6번 만났다.

6개월 동안 매달 보는 사이가 됐다"고 화답했다.

아소 총리는 회담 도중 "이 대통령과 내가 둘 다 비즈니스맨 출신이기 때문에 사고방식이 비슷하고 말을 많이 안해도 통해서 좋다"는 말도 했다.

양 정상은 회담 초반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 회담 내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

우선 북한의 로켓 발사 문제와 관련, 양 정상은 대북제재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국제사회와의 철저한 공조의지를 다졌다.

아소 총리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 미국, 영국 등과 함께 결의안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생각"이라고 밝혔고, 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도 잘 설득해 강력한 대응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한마디로 양 정상이 북한의 로켓 발사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논의 필요성에 확고한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날아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본이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취하는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안보리 회부뿐 아니라 6자회담에서도 강력한 공조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 정상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해법에 대해서도 공조를 과시했다.

특히 아소 총리는 이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스탠드스틸(Stand-still.새로운 무역장벽 도입금지 원칙)'을 거론하며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데 적극 공조하겠다.

각국과도 공조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소 총리는 또 재정지출 확대 정책과 관련해 "일본이 지난 93년 이후 15년 동안 재정적자를 무릅쓰고 재정지출을 늘려 그나마 경기를 부양해 온 것이며, 그결과로 GDP(국내총생산)가 줄어드는 일이 없었다"면서 "앞으로 3년간 재정지출 확대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일본이 이런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하는 것인데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개도국과 신흥국에 대한 선제적 지원의 필요성 강조했다.

아소 총리는 정상회담 모두에 제조업 및 부품소재 육성의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상당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소 총리는 "대국이 되면 제조업을 소홀히 하고 상업적인 부분에 노력을 많이 기울이기 때문에 오늘의 경제위기가 초래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 위기가 한국과 일본에 좋은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 4월중 개최될 `한일 부품소재 조달공급 전시회'가 양국간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양 정상은 회담 말미에 대한항공기 폭파범인 김현희(47)씨와 일본인 납치 피해자로 김씨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던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씨 가족 간의 최근 만남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아소 총리는 "한국내 사정도 있을 텐데 결단을 내려줘서 감사하다"며 사의를 표했고, 이 대통령은 "인도적 문제는 돕는 것이 마땅하다"고 화답했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욱 심인성 기자 hjw@yna.co.kr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