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유력한 파키스탄 탈레반 지도자인 바이툴라 메수드가 30일 발생한 라호르 경찰학교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며 “다음 목표는 백악관”이라 선언했다. 그는 31일 AP, AFP 등 서방 통신사들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경찰학교 공격은 미국의 파키스탄 국경지대 폭격에 대한 보복”이라면서 “백악관에 공격을 가할 것”이라 밝혔다. 아울러 파키스탄 지역 탈레반들이 새롭게 “무자헤딘 위원회”를 결성해 미군에 공동전선을 펼치기로 했다고 과시했다.

서방 언론들은 이번 공격을 오바마의 이른바 ‘아프팍(AfPak)’ 전략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하고 있다.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파키스탄 북서부 국경지대는 탈레반의 주요 거점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오바마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을 하나의 지역으로 통일해 관리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공격적인 움직임를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취임 직후 힐러리 클린턴의 외교 가정 교사였던 리처드 훌브룩 전 유엔 대사를 아프간-파키스탄 전담 특사로 임명했으며,지난 27일에는 아프가니스탄에 1만7000여명의 대규모 병력을 증원하는 한편 파키스탄에는 75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원조자금을 지원해 화전 양면으로 탈레반을 소탕하겠다는 구체적인 전략까지 발표했다.

주 활동 무대인 북서부 국경지대를 벗어나 동부 펀자브 주까지 ‘원정’을 감행한 배경에는 미국의 ‘공세’에 ‘반격’을 가하겠다는 속셈이라는 대체적인 분석이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크게 세 파벌로 나뉘어 반목의 골이 깊던 파키스탄 탈레반이 뭉치게 된 데에는 미국과 NATO군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 외교관 출신으로 아프간 전문가로 손꼽히는 마이클 셈플은 “향후 해당 지역에 대한 미군과 파키스탄의 장악력이 커지면 주변 조직들은 떨어져 나가겠지만 오랫동안 미국의 골치덩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