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인 바이툴라 메수드(35)가 백악관을 공격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면서 그가 이끄는 무장조직이 과연 미국내에서 테러를 감행할 능력이 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메수드는 31일 내외신 기자들에게 전날 발생한 라호르 경찰학교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면서 조만간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의 백악관을 공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그는 지난달 초 발생한 스리랑카 크리켓팀 공격 역시 자신들이 저질렀다면서 일련의 테러가 미국의 무인기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앞으로도 같은 유형의 테러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수드는 파키스탄 북서부의 연방직할부족지역(FATA) 내 와지리스탄을 근거로 활동하며 여러 분파의 탈레반 무장조직을 아우르는 파키스탄탈레반운동(TTP)을 이끄는 최고 지도자다.

마드라사의 학생으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지원 활동에 참여했던 그는 2004년 파슈툰족 무장단체의 유력 지도자 네크 모하마드가 폭격으로 사망한 뒤 탈레반 최고지도자인 오마르의 '메수드 부족 지역' 통치자로 임명됐다.

이후 와지리스탄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온 그는 이곳에 정부를 대신할 만큼 영향력 있는 통치조직을 만들고 영향력을 행사해왔으며 2005년에는 파키스탄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지인들이 메수드에게 장군, 사령관, 왕자 등을 뜻하는 '아미르(Amir)'라는 별칭을 붙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그가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07년 고(故)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오랜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하면서부터다.

부토의 귀국을 앞두고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암살 계획을 밝혔던 그는 부토 귀국행렬에서 대규모 폭탄테러가 발생하면서 사건의 배후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 시작했다.

또 같은 해 12월 라왈핀디 유세 도중 부토가 괴한의 공격을 받고 사망하자 암살의 배후로 지목됐다.

부토 암살이 파키스탄내 친미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판단하는 서방은 메수드가 알-카에다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메수드를 파키스탄 내 알 카에다 연계세력의 핵심인물로 보고 그를 잡기 위해 50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이런 서방의 인식을 토대로 보면 메수드가 미군을 비롯한 서방 군대를 상대로한 탈레반의 성전(聖戰)에도 깊이 관여할 수 있으며 알-카에다 조직과 연계해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도 감행할 가능성은 있다.

메수드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통해 알려진 아프간과 파키스탄 탈레반의 연합 조직인 '통일성전위원회'의 실체를 인정했고 "우리가 워싱턴에서 그리고 백악관에서 어떻게 복수할지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라며 자신들이 미국을 공격할 능력이 있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메수드가 백악관을 공격할 의지나 능력이 없고 다만 파키스탄 서부 국경지대에 대한 무인기 공격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동안 메수드의 무장투쟁이 주로 부족지역에서 파키스탄 정부군을 상대로한 것이었으며 그가 단 한번도 파키스탄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적이 없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역시 그의 위협에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이를 긴급한 상황으로 간주하지는 않는 눈치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리처드 콜코 대변인은 "미국에 대한 긴급하고 특정된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과거에도 비슷한 위협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미 연방정부도 메수드의 위협이 특정된 위협이 아닌 그들의 바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경찰과 사법당국에 통보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