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구조조정에 직면한 근로자들이 회사 경영진을 감금하는 사태가 또 발생했다.

건설 및 광산설비 제조업체인 미국계 기업인 캐터필러의 직원들은 회사의 감원 방침에 반발해 31일 경영진 4명을 사무실에 감금했다고 현지언론들이 이날 전했다.

프랑스에서 기업의 경영진에 구조조정에 항의하는 자사 근로자들에 의해 감금되기는 최근 몇 주 사이에 이번이 3번째다.

사장을 감금한 노조 대표들은 그르노블에 있는 사업장의 감원 계획과 관련해 경영진과 새로운 노사 협상을 시작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세계 경제위기를 맞아 프랑스에 소재한 2개의 공장에서 모두 733명의 직원을 감원하겠다고 예고했었다.

전 세계적으로는 2만개의 일자리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프랑스의 최대 노동단체인 노동총동맹(CGT)에 소속돼 있는 이 회사 노조 대표는 "폭력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라면서 "다만, 구조조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새로운 대화에 임해 달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올해 들어 주문량이 전년대비 55% 줄어들었다고 밝히고 구조조정의 불가피성과 정당성을 역설하며 노조의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같은 날 파리에서는 최근 1천2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한 명품그룹 PPR 소유의 가게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프랑수와-앙리 피노 PPR CEO(최고경영자)가 탄 차량을 약 한 시간 동안 가로막는 사건이 빚어졌다.

피노는 출동한 경찰이 근로자들을 해산시킨 뒤에야 현장을 떠날 수 있었다.

이에 앞서 중부 피티비에에 있는 미국계 기업 3M의 근로자들도 회사 측의 감원 방침과 고액의 보너스를 챙기는 경영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뒤 회사 대표를 이틀간 사무실에 감금했다가 풀어줬었다.

의료용품 제조사인 3M은 235명의 직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110명을 줄인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이달 초에는 소니사에서도 비슷한 경영진 감금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