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美 주춤한 사이 등 韓.佛 등 어젠다 강력추진

G20(주요 20개국) 금융 정상회의가 채 시작되기도 전부터 G20 체계가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경제위기 해법을 두고 계속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기존의 의욕적인 자세에서 물러나 이번 G20 정상회의가 하나의 '과정'이라고 밝힘에 따라 한국,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이 G20에서 각자의 어젠다를 추진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G20 참가국 일부는 정상회의가 반(反)자본주의 시위대에 의해 진행이 방해받을 것을 우려하고 참가국들이 제한적인 합의안만을 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런던 G20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세계의 지도자들은 벌써 다음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뛰고 있다고 전했다.

고든 브라운 총리의 대변인은 FT에 이번 G20 회의가 "하나의 과정에 가깝다"고 말했다.

브라운 총리가 지난주 이번 G20를 '새 브레튼우즈 체제' '글로벌 뉴딜' 등 대담한 표현으로 지칭하며 강한 의욕을 보인 것에 비하면 몇 발짝 뒤로 물러선 것.
미국은 주요 국가들이 재정지출을 통한 추가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유럽국가들을 위시한 다른 참가국들은 금융규제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미국에 맞서고 있다.

영국의 일간 더 타임스는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식 모델을 따르라고 설교조로 요구하면 G20 참가국들은 강한 거부감을 느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렇게 G20의 가장 강력한 두 참가국인 미국과 영국이 주춤하는 사이 한국과 프랑스 등은 G20이 시작되기 전부터 각각 보호무역주의 배격과 금융규제 강화 등을 주장하면서 각자의 어젠다를 강력히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G20금융정상회의가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빠진 채 거창한 선언만 할 것으로 우려하며 회의장 퇴장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사르코지의 측근들은 30일 이번 G20에서 프랑스의 금융규제 강화에 대한 요구가 충족되지 않고 구체적인 약속 없이 허황된 언어만이 양산될 경우 프랑스가 앞으로 G20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