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극심한 경기침체로 자동차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 사람들이 차를 버리거나 불태운 뒤 도난당했다고 신고해 보험금을 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오대호(五大湖)나 뉴저지주 외곽도로 등 미국 곳곳에서 버리거나 불에 탄 자동차들이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관광산업의 급격한 침체로 인해 실업자가 급증하는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라스베이거스의 견인차량 보관소는 사막이나 도로변에서 견인해온 불에 탄 메르세데스 세단이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차량들로 가득차 있다.

라스베이거스 경찰의 마크 멘지 형사는 지난 36시간동안 8건의 자동차 화재를 조사했고 불에 탄 차량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보험범죄방지국(NICB)에 따르면 2007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의심스러운 보험금 청구건수는 2005년의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2007∼2008년 미국 전역에서 자동차 방화 사건은 6%나 늘었고 인디애나, 미시간, 뉴욕에서는 13∼1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보험사기대책연합의 제임스 키글 대변인은 "경제가 사람들을 한계점까지 내몰면서 그중 일부는 범죄의 위험도 감수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이를 개인적인 경기부양책 정도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스베이거스가 포함된 클라크카운티에서는 매년 2만대 이상의 차량 도난사건이 발생하는데 1주일에 약 100대는 사기에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도난 차량중 혼다나 도요타 차량은 멕시코 등지로 부품이 팔려나가고 메르세데스나 렉서스 등 고급 차량은 보험금 청구를 위해 사막에서 불태워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문은 자기 차에 불지르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을 위해 500달러만 주면 대신 차를 불태워주는 사람도 등장했다면서 이런 보험사기는 경찰과 소방서간 담당이 애매해 용의자를 체포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