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궈부가오싱(中國不高興)》. 중국에서 요즘 잘나가는 책 제목이다. '중국은 불쾌하다'는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라는,서방을 향한 경고로 가득 차 있다. 예컨대 티베트 문제에 대한 서방 언론의 보도 행태는 반(反)중국 이미지를 부추기는 것으로 중국에 대한 '도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책 전체에서 풍기는 강한 냄새는 민족주의 애국주의다.

재미있는 점은 이 책의 기획자가 13년 전인 1996년 출간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中國可以說不)》의 기획자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이다.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서방과 중국의 긴장에 대해 언급한 것은 같지만 당시엔 소극적으로 '아니오'라고 말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노골적으로 불쾌하다는 감정을 드러낸다. 그만큼 중국의 위상이 높아졌고 강해졌다는 뜻인지 모르겠다.

이 책에선 서방,특히 미국에 대한 반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미국이 세계를 인질로 잡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게으르고 무책임한 미국은 중국이 따라야 할 모델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이는 중국이 세계를 관리하고 지도해야 하는 위치에 있으며,그 소명을 기꺼이 맡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미국이 신흥국이 투자한 자금으로 흥청망청 써 대 세계적 금융 위기가 발생했다는 시각에서 보면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의 일방주의로 인해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했고,미국의 가치관이 전 세계의 보편적 가치관이 될 수 없다는 말도 일리 있는 지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그토록 혐오하는 미국을 대체해서 세계의 리더 국가가 되려면,미국이 가진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세계를 설복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고,이를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면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 오히려 말과 행동이 다르며,미국의 잘못된 행동을 따라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긴다. 보호주의를 막아야 한다면서 해외 기업의 자국 회사 인수를 불허하고,자국산 제품 우선 사용을 장려하는 것은 리더로서 보여 줄 모습이 아니다. 중국이 급부상한 국제적 위상에 취해서 중국식 일방주의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기우가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