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의 모럴 해저드를 세금으로 응징해도 되는 걸까. 보험회사 AIG의 ‘보너스’가 논란이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받은 회사가 임직원들에게 두둑한 ‘보너스 잔치’를 벌인데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세다. 미 의회를 중심으로 세법 개정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무거운 세금을 통해 보너스를 국고로 환수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이런 ‘분풀이식’ 과세의 적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총대를 멨다.

포천은 24일 보험회사 AIG의 보너스에 대한 의회의 과세 입법 조치가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너스 과세에 대한 반대 이유도 조목조목 제시했다.

우선 보너스 과세는 불법 논란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 ‘소급입법’을 금지하는 미국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한다는 논리다. 이미 정해진 규정에 따라 지급된 보너스를 사후에 별도의 입법을 통해 제재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의회가 과세 입법을 하더라도 미 대법원이 ‘소급 입법’에 손을 들어줄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AIG의 일부 임직원들이 ‘보복 입법’이라고 법적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정부와 해당 금융회사가 엄청난 비용 부담을 안게 된다는 것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금융회사간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미국 금융회사 중에는 정부의 구제 금융 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도 신용 유지 차원에서 자금을 받은 곳이 있는데 이들에게도 보너스 과세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정부의 구제자금을 갚아 버리겠다고 나서도 곤란하다. 미국 내 많은 은행은 금융 위기 상황에서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자금을 받긴 받았지만 기술적으로 크게 필요하지 않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금융정책 라인’의 힘을 빼는 악영향도 초래될 수 있다.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금융회사들과 각을 세울 경우 다른 금융정책을 밀어붙이는데 장애가 된다.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데도 보너스 과세는 걸림돌이다.

미국 금융회사의 인적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에 진출한 유수의 해외 금융기관들은 이런 과세 규정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이들 회사로 우수 인재들이 집단 이동을 할 가능성도 높다고 포천은 지적했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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