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패션대학에서 입학 카운셀러로 일하는 타티아나 갤레고(여·25)는 갑자기 인사과에 불려가 해고통보를 받았다. 다른 직원보다 더 열심히 일했고 인사평가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던 그였다. 인사과 직원은 그가 가장 나중에 입사한 사람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해고된다고 설명했다. 라틴아메리카인인 갤레고가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지 17개월 만의 일이다.

24일(한국시간) AP 등 외신에 따르면 수백만의 라틴아메리카인과 흑인들이 미국 고용시장에서 빠르게 밀려 나가고 있다. 이들은 고용시장에서 최후의 입사자이며 최초의 해고자다.

인종간의 일자리 불균형이 생기는 이유는 이들이 대부분 블루컬러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기에 민감한 건설현장이나 서비스직에서 일하며 10명 중 1명 꼴로 실직하고 있다.

미국 노동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경기침체가 시작된 지난 2007년 12월 이후 흑인의 실직률은 13.4%까지 치솟았다. 라틴아메리카인의 실직률도 10.9%까지 상승했다.

반면 백인 실직률은 7.3%로 흑인과 라틴아메리카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듀크 대학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연구하는 윌리엄 대리티 경제학과 교수는 "전문직 분야에서 라틴아메리카인과 흑인들은 상대적으로 신참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공격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인종에 의해 직장을 잃는 것을 증명해 줄만한 최신 통계가 없다. 그러나 대리티를 비롯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들이 전문직 종사자더라도 경기침체 속에서 백인보다 일자리를 잃기 쉽다고 꼬집었다.

경영 연구 비즈니스 분야에서 30년 동안 일해온 제리 메들레이는 "라틴아메리카인들과 흑인들은 고용 대상에서 가장 후순위이기 때문에 첫번째 해고 대상도 된다"고 말했다.

메들레이는 이어 "이를 인종주의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만약 어느 회사에서 공석이 생기면 인사담당자는 지역클럽 같은 장소에서 그들과 비슷한 류의 사람을 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경기침체로 라틴아메리카인들과 흑인들이 고용시장에서 빠르게 퇴출되면서 여러가지 문제도 생기고 있다. 형편없는 복지수준과 안전자산의 부족으로 이들 가정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빈곤과 청소년 비행, 마약과 같은 사회문제가 초래되고 있다.

2002년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흑인과 라틴아메리카인 가정의 평균 순자산은 각각 6000달러, 8000달러로 백인 가정의 9만 달러에 10분의1에도 못 미친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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