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는 은행 부실자산 청소를 위해 민간자본을 유치,경매입찰 방식으로 최대 1조달러의 부실자산을 사들이는 방안을 마련해 다음 달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23일 공식 발표했다. 글로벌 증시는 부실자산 처리에 따른 금융시장 정상화 기대에 힘입어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이날 "여전히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금융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해 민 · 관 펀드를 활용해 은행 부실자산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무부는 우선 지난해 조성된 금융권 구제금융(TARP)자금 7000억달러 중 750억~1000억달러를 활용,'공공민간투자프로램(PPIP)'을 출범시켜 최소 5000억달러에서 최대 1조달러의 부실자산을 인수키로 했다. 재무부가 제공하는 자금의 절반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감독하는 '부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매입 프로그램'에,나머지는 '부실 모기지 관련 증권 매입 프로그램'에 투입된다.

'부실 모기지 매입 프로그램'은 FDIC가 매입 자금의 85%를 조달할 수 있도록 보증한다. 나머지 15%는 재무부와 민간 투자자가 각각 절반씩 부담하게 된다. FDIC는 부실자산 경쟁입찰을 통해 민간 투자자를 선정한다.

첫 입찰은 다음 달 10일 실시되며 낙찰자는 5월1일까지 통보될 예정이다. 민간 투자자들은 FDIC의 감독 아래 매입한 부실자산을 관리하게 된다.

'부실 모기지 관련 증권 매입 프로그램'은 재무부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존에 설정한 기간자산담보증권대출창구(TALF)를 통해 사들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당초 오토론,학자금과 신용카드 대출,중소기업 대출 관련 AAA등급 증권에만 한정됐던 TALF의 매입증권 범위를 주택이나 상업용 모기지 AAA등급 증권으로까지 확대키로 했다. 이 프로그램은 정부와 민간 투자자들이 똑같은 금액씩 투자하는 매칭펀드 방식으로 운영된다.

미 재무부는 "두 프로그램에 연기금펀드,보험사,기타 장기 투자자 등 광범위한 민간 투자자들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며 "민 · 관 펀드를 활용한 접근법은 정부가 부실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방법보다 더 나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과거 일본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부실자산을 처리하길 막연히 기다리는 것은 금융위기를 연장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