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법원 존엄사 인정…병원측 처치 중단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의 인공호흡기 제거 여부를 둘러싸고 존엄사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영국 법원이 생존 가능성이 없는 9개월된 유아의 인공호흡기를 떼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병원측은 판결 이틀만에 처치를 중단했고 유아는 숨졌다.

한국에서는 생명을 연명시키려는 병원에 맞서 환자의 가족이 존엄사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낸 반면 영국에서는 환자의 부모가 병원측에 연명치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OT'라는 가명의 이 유아는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겨 뇌가 손상되면서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

1심 법원이 그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인공호흡기를 떼도록 판결하자 부모는 항소했다.

부모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처치를 중단할 수 있는 권리는 환자 본인이 갖고 있다"며 "생명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유지돼야하고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유럽인권협약상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모는 "우리 아기를 안아주면 좋아하는 반응을 보인다"며 "1심 판결에 매우 실망했으며 우리 아이는 생명을 계속 이어갈 가치가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우리는 아들의 절망적인 상태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인공호흡기를 떼는)지나친 고통을 주지 않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사들은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유아가 처지 과정에서 참을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고 회복될 가망이 전혀 없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였다.

항소 법원은 10일간의 심리를 거쳐 19일 "인간으로서 그의 삶은 매우 소중하지만 그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존을 지속할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판결했다.

판사는 "그는 생존권을 갖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 의해) 생명이 연명될 권리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부모는 더 이상 상급심에 호소할 길이 없어 이 판결은 최종 확정됐다.

판결이 있은 뒤 이틀뒤인 21일 병원측은 유아에 대한 처치를 중단했고 유아는 곧바로 숨졌다.

부모는 아들이 사망한뒤 변호사를 통해 "함께했던 짧은 시간동안 우리 아기는 우리의 삶 한가운데 있었다"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