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접수된 미군 내 성 폭력 피해 신고는 증가했으나 상당수가 조사에 필요한 결정적 증거들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미국 국방부가 밝혔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9월말 기준, 1년간 접수된 미군내 성 폭력 피해 사례가 2천923건으로 전년에 비해 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현역 군인들 사이의 성 폭력 사건은 10-20%에 불과하며 이는 민간부문의 피해 접수 비율과 거의 비슷하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러나 이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혐의가 인정돼 군사 재판에 회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방부 성 폭력 방지 및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성 폭력 피해자 대부분은 여군이었으며 성 폭력 연루자 대부분이 젊은 층이었고 많은 경우 술이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피해 접수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는데 대해 이 관계자는 성 폭력이 증가했다기 보다는 많은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밝히는 데 적극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전쟁 임무 수행 지역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성 폭력 피해 접수 건수가 165건으로 전년 131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여성의원 제인 하먼은 "이 같은 통계치는 미군 내 성 폭력이 여전히 만연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먼 의원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군 내 성 폭력 근절을 위한)`임무 완수'까지는 아직 멀었다"며 "이라크에서 적의 공격으로 죽는 사람보다 더 많은 여군들이 동료 군인들의 의해 성 폭행을 당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피해 접수 사례 가운데 2천280건은 구체적 근거와 신체적 증거들을 제시했지만 643건은 피해자들이 처벌을 요구하거나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도 조사에 필요한 구체적 정보 공개는 꺼렸다.

국방부는 피해를 당하고도 침묵하고 있는 희생자들의 신고를 독려하기 위해 구체적 증거가 없더라도 피해 신고를 받기로 했다.

한편 최근 제기된 미군 내 성 폭력 사건 가운데 317건이 군사 재판에 회부된 반면 247건은 사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 등 기소로 이어지는 사례는 줄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p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