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의료 개혁, 기후변화 대책 등 굵직한 개혁 과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보수적 성향의 미 최고 사법부와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전망했다.

17일 뉴스위크에 따르면 현재 미 연방대법관 9명 중 7명이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로 오바마의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정책과는 상당히 다른 시각과 입장을 가진 것으로 관측돼 오바마의 정책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벌어질 경우 행정부와 사법부간 충돌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금융 위기 해소 방안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의료보험 개혁 정책,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총량 규제 정책 등이 이해 집단간의 법적인 분쟁을 빚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부실자산구제계획은 기본적으로 행정부에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한 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행정부 권한의 한계가 애매모호하다'는 법률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경제위기의 해법으로 은행의 국유화 방안 등이 제시된다면 은행 주주들이 자신들의 자산 가치가 부당하게 평가돼 손실을 입었다는 반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1930년대 대공황 시절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대통령이 추진했던 뉴딜 정책에 대해 당시 사법부가 제동을 걸려 했던 적이 있다.

뉴딜정책과 관련된 법안을 놓고 당시 사법부는 행정부의 권한에 대한 규제 장치를 마련하려는 의도를 비쳤던 것이다.

사법부가 뉴딜 법안을 손질하려 하자 `발끈한' 루스벨트는 대법관 수를 대폭 늘리겠다고 협박했고 대법관들은 갑작스레 입장을 번복, 뉴딜 정책을 전폭 지지한다고 선언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20세기 초 여성 노동자에 대한 최저 임금, 노동 시간의 제한 등 규정을 담은 개혁 법안을 미국 사법부가 무산시킨 사례 등에서 보듯 역사적으로 사법부의 보수적, 우파적 성향의 결정은 결코 드물지 않았다.

오바마가 취임하기 전 상당 기간 미국은 보수적 성향의 사법부와 보수적 성향의 행정 권력이 공존하는 시기를 보냈다.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성향이 강한 오바마가 대선 유세 때부터 제시해 온 의료 보험 개혁이나 온실가스 총량 규제 방안 등은 새로운 행정 명령이 제정되고 많은 세금이 소요돼야 할 과제로서 기업들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의 연방 대법관들은 반독점 여부를 둘러싼 소송 14건에 대해 모두 대기업측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려 `친기업' 성향의 사법부로도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위크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기관인 미국의 사법부는 보수 성향이 강했고 선출된 권력에 대한 견제 작용으로 인해 권력 충돌 양상을 보여왔다"며 "행정부에 대한 사법부의 견제가 아니라 사법부에 대한 행정부의 견제가 필요한 때가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