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이어 호주가 외국인 이민쿼터를 대폭 축소한다. 선진국들이 자국민의 고용 안정을 위해 외국인 취업을 꺼리고 있어 이민 문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호주 정부는 올해 이민 수용 한도를 전년 대비 14% 축소키로 결정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2008회계연도(2008년 7월~2009년 6월) 중 숙련 기술자의 이민 수용 한도는 전년의 13만3500명에서 11만5000명으로 줄어든다. 벽돌공 배관공 목수 등 건축 및 제조 관련 기술자들을 이민 수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국내 수요가 늘고 있는 의료 및 IT(정보기술) 기술자들은 종전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크리스 에반스 호주 이민부 장관은 이민자 쿼터 축소와 관련,"경기침체 여파로 금융 및 자원,서비스업 등 광범한 분야에서 고용 상황이 악화돼 호주인들의 고용 기회를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호주로 유입되는 숙련 기술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영국과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한국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미국 등 10개국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 재키 스미스 영국 내무장관은 "과학자와 변호사 같은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을 줄이기 위해 유럽연합(EU) 이외 지역 출신 신청자에 대한 이주 허가 조건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4월부터 외국인이 영국에서 고숙련 분야 일자리를 구하려면 석사 이상의 학력과 최소 2만파운드(약 4300만원)의 연봉을 제시받는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영국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기준 2만6000명이던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 규모가 1만4000명 수준으로 줄어들고,숙련 부문의 외국인 근로자수도 연간 8만명에서 4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경기가 나빠지면서 EU 회원국 사이에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여론 조사업체 해리스 폴과 공동으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유럽 5대 주요국 국민과 미국민 6538명을 대상으로 3월 초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실직하면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이탈리아는 응답자의 79%,영국은 78%,스페인은 71%가 정부가 일자리 없는 이민자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정책을 쓴다면 '찬성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독일과 프랑스 국민들도 각각 67%와 51%가 실직 노동자를 떠나보내는 제안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영국에선 과반이 넘는 55%가 "EU 다른 회원국 국민이 영국에서 일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FT는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실업률이 급등하면서 이민과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최인한/박성완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