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뒤 몇 주간 미국의 시장들은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시장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주지사들만을 만난 데다 시장 출신이 아닌 인물을 도시 정책 담당자로 지명한 사실에 불만을 품게 된 것.

이처럼 미국 시장들이 백악관으로부터 소외된 것은 그들이 백악관으로 통하는 핵심인물인 밸러리 재럿 백악관 선임고문의 역할을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고 워싱턴 포스트(WP) 인터넷판이 15일 보도했다.

시장들은 재럿이 백악관 최고위층에 자신들의 관심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나서야 그와 접촉, 백악관에 초청받을 수 있었다.

백악관에서 재럿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오바마 정부가 풀뿌리 단체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재럿은 백악관과 민간 사이의 접촉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각종 회의와 행사를 통해 매주 450여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고 있다.

그녀는 또 매일 고위 간부 회의에 참석하고 고위급 인선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대통령이 수시로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이 미국 정계에 대한 오랜 경험을 다져온 것과 달리 재럿 선임고문은 이번에 처음으로 백악관에 입성한 인물이지만 그녀의 '입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백악관 내 회의에서 그녀는 말수가 없는 편이지만 일단 입을 열면 모두가 집중한다.

백악관 관계자는 "그녀는 대통령과 영부인이 납득할 만한 관점을 표현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럿과 오바마 부부의 인연은 18년 전 미셸 오바마가 재럿의 비서가 되기 위해 시카고 시청으로 면접을 보러 오면서 시작됐다.

이후 재럿은 적은 급료를 받으며 사설 로펌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점, 타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점, 검은 피부색 때문에 많은 도전에 직면했던 점 등 오바마 부부와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됐고 자연히 그들의 절친한 친구가 됐다.

재럿은 "나는 오바마 대통령을 잘 알기에 그에게 조언을 할 수 있고, 대통령도 나를 잘 알기 때문에 협력이 잘 된다"라며 "우리의 관계는 수년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