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시위 1주년 맞아 계엄상태 방불

티베트인들이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유혈시위를 벌인 '3.14 사건' 1주년인 지난 14일 중국 티베트자치구 수도인 라싸(拉薩)는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이었으나 계엄상태를 방불케하는 공포 분위기 속에서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중국과 홍콩 신문들에 따르면, 이날 라싸에는 무장경찰들이 시내 곳곳에서 행인과 차량들을 세운 채 검문검색을 벌이고 군용 트럭이 골목골목 순찰을 도는 등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티베트 주민과 승려들은 지난해 3월14일 라싸를 비롯해 중국 남서부 곳곳에서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한족들을 죽이고 경찰서 등 공공기관에 불을 지르며 대규모 유혈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방화와 약탈이 심각했던 라싸 시내 중심 조캉사원(大昭寺) 부근의 바코르(八廓)광장은 시장거리 상인들이 평소보다 빨리 점포 문을 닫거나 아예 휴업하는 바람에 적막감이 감돌았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저장(浙江)성 출신의 점포 주인 장(張)모 씨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라싸 진입이 제한된 것은 물론 라싸 이외 다른 지역 출신 티베트인들도 순례나 방문이 금지됐다"고 말했다.

바코르 거리에서 10년간 장사를 한 그는 "상인 대다수가 손님도 없는데 지난해처럼 티베트인들로부터 구타나 방화, 약탈의 위험을 감내하느니 차라리 문을 닫고 하루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조캉사원 주변을 돌며 기도를 하는 순례자들은 몇 명에 불과했던 반면 순찰을 하는 무장경찰은 100여명에 달했으며 인근 건물 옥상에서는 망원경으로 주변을 살피는 공안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또 중국 무장경찰들은 외곽에서 라싸 시내로 진입하는 도로를 모두 차단하고 행인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검사했으며 특별통행증을 제출한 라싸 시민들에 한해서만 시내 진입을 허용했다.

라모체사원(小昭寺) 근처에서 티베트 식당을 운영하는 포췬(40) 씨는 "오늘 아침에는 순찰을 하는 공안들이 더 많아졌다"면서 "그렇다고 겁먹지는 않고 있지만 다소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3.14 사건이 발생한 이후 장사가 안된다"면서 "언젠가는 손님이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모체사원에서는 50명의 티베트 승려들이 평소와 같이 아침 불공을 드렸다.

달라이 라마의 거처 겸 집무실이었던 포탈라(布達拉)궁 근처에는 무장경찰들이 이른 시각부터 검문소를 세우고 포탈라궁으로 접근하는 택시들을 세우고 검문을 실시했다.

라싸 시민들은 "지난해의 경우 당국이 폭력사태가 발생하리라고는 예상도 못했고 준비도 안됐지만 올해에는 대비가 철저한 것은 물론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언론은 밝혔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14일 발생한 유혈시위로 22명이 사망하고 76명이 구속됐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는 단체들은 200명 이상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