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50일간 뚜렷한 성과없는게 원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50일을 넘기면서 뜨거웠던 여론의 열기가 점차 식어가는 분위기다.

미국에서 통상 신임 대통령에 대해 6개월간의 `허니문 기간'을 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허니문 `약발'이 예상보다 빨리 떨어지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
일단 불만의 목소리는 워싱턴 정가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초장부터 전선을 너무 확대하다 보니 경제위기 극복의 초점이 분산되고 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민주당 소속 리처드 브라이언 상원의원은 정치전문매체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허니문이라는 게 대체로 짧은 것이지만, 지금과 같은 경제환경에서는 경제에 대한 대중의 희망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기간의 길이가 좌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중.장기적 과제에 해당하는 의료, 교육, 에너지 개혁 등을 주요 정책어젠다로 제시하고 나선 것이 과연 일자리를 잃고 부채만 쌓여가고 있는 가계에 어떤 희망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겠느냐고 브라이언 의원은 지적했다.

8%를 웃도는 높은 실업률, 대통령 취임후 50일만에 1천포인트 이상을 내준 다우 주가, 1조달러 이상으로 불어난 재정적자 등을 생각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비전은 한가롭기까지 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가 "모든 것을 일거에 해내겠다는 것은 어느 것도 잘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소속 바트 스투팩 하원의원은 "8월까지 경기상승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은 위기에 처하게 될 수 있다"며 "여름이 되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허니문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음을 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극복 위기노력에 대해 금융기관 애널리스트들이 매긴 점수가 59점에 그쳤다는 보도는 그만큼 현 정부의 경제처방전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크지 않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초심'과는 달리 개혁구호에서 뒷걸음질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여론의 비판적인 시각을 키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의원들의 지역구 선심성 예산이 반영된 총 4천100억달러 규모의 정부 지출안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비토권을 행사하지 않고 그대로 서명해 준 것은 이른바 워싱턴식 `구태정치' 청산의지를 굽힌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출안에는 의원들이 끼어넣은 8천500개에 달하는 지역구 사업관련 예산 77억달러가 포함돼 있었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는 이런 관행의 고리를 끊겠다면서 이번에는 사실상의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선심성 예산으로 가득찬 법안에 비토권을 행사하겠다고 언명하지 않는 한 워싱턴의 오랜 예산편성 관행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고 포스트는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취임초 80%를 웃돌았던 오바마 대통령의 여론 지지율도 하강곡선을 긋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라스무센의 일간 지지율 추이에 따르면 12일 현재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58%를 나타냈다.

아직까지 조지 부시 전임 정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이기는 하지만, 지지율의 곳간이 바닥나는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분발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