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머리.토끼머리 낙찰자 차이밍차오…블룸버그와 첫 인터뷰

"내가 낙찰받지 않으면 원명원(圓明園)의 두 동상을 영원히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명성에는 금이 갔다.사업이 망할까 걱정된다."

1860년 프랑스가 베이징(北京)의 원명원(圓明園)에서 약탈해간 쥐머리와 토끼머리 동상에 대한 입찰을 방해함으로써 중국의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문화재 중개상 차이밍차오(蔡銘超·44)씨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차이씨는 지난달 25일 파리에서 열린 쥐머리와 토끼머리 동상에 대한 입찰 이후 처음으로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두 동상에 대한 입찰에 나선 이유와 대금을 지불하지 않기로 결정한 배경 등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했다.

차이씨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두 동상을 3149만유로(620억원)에 낙찰받았지만 지난 2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금을 지불할 수 없다고 밝혀 경매계에 파문을 일으킴과 동시에 일약 중국의 국민적 영웅으로 부각된 인물이다.

당시 뉴셴펑(牛憲鋒) 중국해외문물환수전용기금 부총간사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온 그는 "프랑스에 낙찰대금을 지불하지는 않겠다"는 발표문만 읽고 자세한 경위를 설명하지 않은 채 서둘러 회견장을 떠나 '중국의 배후설' 등 여러가지 추측을 낳았다.

푸젠(福建)성 샤먼(厦門)에서 문화재 수집 및 경매회사를 운영하는 차이씨는 그의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봉황TV(피닉스TV)를 통해 생중계로 쥐머리와 토끼머리에 대한 경매상황을 지켜보다가 '내가 낙찰받지 않으면 그 보물을 영원히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 입찰에 참여했다"고 입찰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두 동상을 낙찰받은 직후까지도 "골동품 몇개를 팔아 낙찰대금을 낼 생각을 했다"면서 스스로 입찰에 참여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지인들을 만나면서 "약탈해간 문화재를 구입하기 위해 대금을 지불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고 생각해 지난 2일 대금지불 거절을 발표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차이씨는 이후 자신의 명성과 신뢰에는 금이 갔으며 앞으로 사업이 걱정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해 봄에 4740만 위안(약 102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회사지만 올봄 경매를 이미 취소한데 이어 가을 경매도 취소할까 한다"면서 "사업이 망할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샤먼시의 유명한 의류상의 아들인 차이씨는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토대로 의류 중개와 2005년에 세운 '샤먼신허'라는 경매회사 운영을 통해 상당한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6년 가을에는 홍콩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명대(明代)의 석가모니 동상을 1억1천700만홍콩달러에 낙찰받아 홍콩 언론의 1면을 장식하는 등 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인사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