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법원, 궐석재판서 무죄 원심 깨고 중형 선고

이집트 항소법원이 11일 1천 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아간 침몰 여객선의 선주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집트의 카이로 항소법원은 이날 궐석으로 진행된 `알-살람 보카치오 98'호의 선주 맘무 이스마일에 대한 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1심 판결을 깨고 이 같은 중형 선고를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희생자들을 신속하게 구조할 의무를 저버리고 책임을 회피할 방법을 찾느라 여러 시간을 허비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알-살람 보카치오 98'호는 2006년 2월 승객과 승무원 1천500여 명을 태우고 사우디 아라비아를 떠나 이집트로 항해하던 중 화물칸에서 발생한 화재로 홍해에 침몰했고, 이 사고로 1천34명이 익사했다.

상원의원 출신인 선주 이스마일은 사고 직후 이집트를 빠져나갔으며, 현재 유럽에 체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야당 의원들은 이스마일 전 의원이 유럽으로 도주할 수 있도록 이집트 고위 관리들이 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집트 1심 법원은 지난해 7월 궐석재판에서 이스마일에게 무죄를 선고해 희생자 유족과 이집트 국민의 공분을 샀다.

희생자 측 변호사인 온시 암마르는 이번 선고가 역사적 판결이라면서 그간 장례식을 거부했던 유족들이 이제 카이로에서 합동 장례식을 치를 수 있게 됐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당시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사고 여객선의 구조 요청을 묵살한 다른 선박의 선장 살라 고마가 유일했다.

그는 징역 6개월에 벌금 1만 이집션 파운드(한화 약 265만원)를 선고받았었다.

이집트 정부는 지난 1심 선고로 흉흉해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상원의원이던 이스마일의 면책특권을 박탈하고 진상조사를 벌였으며, 이스마일 측에 배상금 5천700만 달러를 지급하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족 대부분은 이 돈의 수령을 거부하고 여객선사를 상대로 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