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제네바에서 열린 러시아와 미국 외무 장관회담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외교 결례에 상당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8일 러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클린턴 장관은 회담에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의 바람을 담은 것"이라며 작은 버튼이 달린 기념품을 건넸다.

지난달 독일 뮌헨의 국제 연례안보회의에 참석한 조지프 바이든 미 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설정(Reset)하는 버튼을 누르자'고 제안한 데서 힌트를 얻어 만든 기념품이었다.

그런데 기념품에 재설정을 뜻하는 영어 단어 `Reset'과 함께 새겨진 러시아 말 영어 알파벳 표기가 그만 재설정을 의미하는 `Perezagruzka' 대신 `과부하(overload)’를 의미하는 단어 `Peregruzka'로 인쇄된 것.
클린턴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이 실수를 지적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우리 관계에 과부하가 걸리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농담으로 위기를 넘겼다.

회담 분위기를 좋게 하려던 의도였는데 양국 관계를 비꼬는 듯한 단어가 적히면서 괜한 오해를 만들고 말았다.

다행히 양국이 회담 결과에 만족감을 드러내긴 했지만, 고의인지 아닌지 모를 미측의 외교 결례에 러시아 외교 당국자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유럽연합(EU) 대표들과의 회동에서도 말실수를 했던 클린턴 장관은 이 선물을 통해 오바마 정부의 달라진 대(對)러시아 외교 정책을 알리려다 창피만 사고 말았다.

클린턴 장관은 EU 대표들과 오찬회동에서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를 부르면서 "솔라노"라고 이름을 잘못 부른 데 이어 베니타 페레로-발트너 대외관계 담당 집행위원은 "베니토"라고 불렀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