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권 '매우 중요' 상대적 저조"<WPO조사>

한국인들은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여성 평등권 개선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인들 대부분은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평등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를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했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의 월드퍼블릭오피니언(WPO)이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멕시코, 인도 등 20개국 2만여명을 대상으로 작년 1월∼10월까지 벌인 여론조사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의 73%가 여성의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멕시코 83%에 이어 두 번째로 정부의 역할이 강조된 것이다.

다음은 태국 72%, 중국 70%, 인도네시아 69%, 프랑스 68% 등 순이었다.

한국인들은 여성 평등권이 중요하다는 인지도에서는 86%로 조사대상 20개국의 평균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매우 중요하다'라는 응답 비율은 43%에 그쳐 이집트 31%, 러시아 35%, 인도 41%에 이어 4번째로 낮아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평가됐다.

여성 평등권이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은 멕시코와 영국 각 89%, 터키 80%, 미국 77%, 중국 76%, 프랑스 75%, 인도네시아 71%, 아르헨티나 71% 등의 국가에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또 한국인들의 여성 인권 개선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자신들이 살아오는 동안 여성의 권리가 개선됐다는 응답 비율이 10명 가운데 9명에 해당하는 89%로 이집트 9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다음은 멕시코, 아르헨티나 각 87%, 페루, 영국 각 86% 순이었다.

이와 함께 한국 응답자의 78%는 유엔은 각국의 인권 현실에 대한 지적이 주권침해 논란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답했다.

WPO는 이번 조사와 관련 "여성이 동등한 권리를 갖는 게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서방 국가뿐만 아니라 무슬림 국가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확산된 모습을 보였고 거의 모든 국가의 대부분 사람이 여성 인권이 개선됐다고 공감했다"면서 "하지만, 많은 사람이 정부와 유엔이 차별 방지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